참으로 답답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개혁 요구가 거세고 방향도 제시됐지만, 답답한 일들은 끝없이 되풀이 된다. 안달하던 적잖은 사람들이 지쳐 결국엔 돌아선다. 이민을 가 버려야겠다느니 회사를 때려 치워 버려야겠다느니 하는 소리들은 그런 끝에 나오는 것들.
해답은 이미 빤히 보이는데도 왜 아버지가 하던 고민을 또 아들이 해야 하고, 선배가 고통스러워 하던 문제가 20년도 더 뒤에까지 살아 후배마저 괴롭히는 것일까? 어느 조직이나 할것 없이 우리사회 전반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문제점이다.
적어도 일부는 '3류들' 때문이리라 필자는 믿고 있다.
그 중 한 가지. 한 십년 전쯤 한 선배가 들려 주시던 말씀이 늘 잊혀지지 않는다. 어느 책에 보니, 지도자로 가장 나쁜 유형이 머리 나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 하더라고. 미치광이 완장 채워 놓은 꼴일 참이니, 어느 새싹인들 짓밟혀 죽지 않고 견뎌낼 수 있을까?
두번째는 뭐가 뭔지 모르면서도 모든 걸 아는 줄 착각하는 유형의 3류. 이런 자는 남이 더 많이 알고 전문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상상도 못한다. 일의 문리는 물론이고 자기의 권한과 책임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도 모른다. 남의 영역을 아무 생각 없이 침범해댄다.
세번째는 사심에 사로잡혀 그에 맞게 논리를 만드는 유형의 3류. 다소 영악한 만큼 더 해롭다. 자기 이익 추구하느라 소속 집단을 망쳐 놓았으면서도 허술해 보이는 사람 만나면 자신이 가장 대단한 지사(志士)인 양 세상 걱정을 혼자서 다 해댄다. 자신은 자리나 축냈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맡으면 온갖 말을 만들고 다닌다.
제게 이익이 된다 싶으면 소속 집단이 어떤 해를 당할지라도 자기 이익부터 챙긴다. 반면 그 집단이 위기에 처했다 싶으면 가장 먼저 도망치는 부류이기도 하다.넷째는 그저 제 몸 돌보는 데나 매달리는 유형의 3류. 자신이 다칠 일만 없다 싶으면 소속 집단에야 해가 되든 말든 일을 아무렇게나 해치워 버린다.
이런 3류들은 때에 따라 전혀 다른 행동을 하기도 한다. 마치 정치권의 행태처럼 저희들끼리 붙여 놓으면 쥐가 서로 뜯어 먹듯 패를 가르고 음해해 서로 못잡아 먹어 난리를 친다.
그런 3류들을 적절히 억압해 가면서 진정한 가치가 드날릴 수 있도록 잘 통제해 나가는 사람이 훌륭한 지도자일 것이다. 그런 일이 말이나 위협으로 될 리 없는 것. 훌륭한 지도자는 틀림없이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그 집단이나 사회를 지배토록 함으로써 그렇게 하리라 상상된다. 어쩌면 지도자 자신이 필요 없어지는 정도에까지 이르러야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역사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수레가 진창에 빠져 헛바퀴를 도는 것은 이같은 3류가 대중을 이루기 때문일 터. 3류의 숫자가 얼마나 많고 얼마나 득세하는가에 따라 그 집단의 수준이 결정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같은 시스템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느냐가 곧 그 집단 그 사회의 선진화 정도를 가리키는 지수이리라 생각하고 있다. '큰 바위 얼굴'은 그런 참인물이나 지도자를 기다리는 대망론(待望論)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회사고 일반 사회이고 간에 시스템의 지배력이 부족하다. 늘 인치(人治) 상황.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 운동이 진작 시작됐다니, 힘 없는 공무원들이 또 줄서기에 바빠지리라 싶다. 일본같이 선거직을 견제할 수 있을 만큼 관료의 독립성도 획득하지 못했으면서, 그렇다고 제대로 된 엽관제도 아닌 현실, 이것이 공무원들 가슴에 가래톳을 세울 것이다.
얼마 전 있었던 어떤 선거 운동 때 "자리만 제대로 확보할 수 있다면 어느 후보에게 몇억원짜리 돈 줄 하나 붙여 줄 수도 있는데…" 하며 어느 고급 공무원이 안달하더라는 얘기가 들렸었다.
사람들은 이런 현실에서 부패의 냄새를 맡을지 모르지만, 필자는 절망을 느낀다. 우리 사회의 후진성과 그로인해 뒷날 우리 자녀들이 겪을 고통 반복을 예감한다. "사람은 뜻으로 살아야 한다"는 입버릇에도 점차 자신이 없어진다. 최소 2류 사회에서라도 한번 살아 보고 싶다. (박종봉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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