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성보호법 개정안 개선인가 개악인가

거의 1년간 사회적 논란을 거듭하던 모성보호 관련 3개 법 개정안이 지난달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내 모성보호 관련법의 입법 과정을 훑어보며 과연 개선인지, 개악인지를 살펴보자.

근로기준법의 모성보호 관련 조항은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개정됐다. 1953년 출산휴가, 수유시간, 생리휴가, 여성 야간 및 휴일근로 금지, 여성갱내근로 및 위험유해업무의 취업금지 등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입법이 있은 지 48년만에 법이 바뀐 것이다. 우리나라의 근대화과정에서 여성노동자들의 건강권에 얼마나 무관심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경우 오는 1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이 시행되면 출산 여성근로자들의 산전·후 출산휴가가 60일에서 90일로 확대되고, 종전 무급이었던 육아휴직도 유급으로 얻을 수 있게 된다. 특히 늘어난 30일의 출산휴가분 급여의 사회보험지원은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처음으로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여성계의 환영을 받고있다. 늘어난 비용은 정부의 예산(일반회계)에서 절반을, 또 고용보험에서 절반을 분담한다. 그 동안은 사실상 그 비용을 기업에 전가해왔다.

그러나 모성보호의 사회적 책임규정은 ILO(국제노동기구)보다 50년이나 늦은 것이다. ILO는 1952년 개정한 모성보호협약에서 출산휴가중 소득보장은 강제적 사회보험과 공공기금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이미 규정했던 것.

개정안은 임신중 또는 출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과 18세 미만의 여성 이외에는 야간근무 등을 가능케 했다. 이를 두고 여성단체와 노동계에서는 오히려 개악됐다는 점을 들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여성 야간휴일근로금지는 1953년 첫 입법이후 1989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한차례 강화돼 왔었다.

또 재계가 요구한 생리휴가 폐지는 '노사정위원회에 적극 촉구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아 1963년 공무원 복무규정으로 첫 입법화된 생리휴가가 38년만에 폐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성계가 요구한 유산·사산·태아검진휴가 및 가족간호 휴직도입은 제외됐다. 이에 따라 법개정을 반대해온 재계와 더욱 전향적인 개정을 주장해 온 여성계는 모두 불만을 표시했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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