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4일 전국 최고 37.5℃

포항에선 4일 숨이 턱턱 막혔다. 오후 3시21분 기온이 37.5℃로 전국 최고를 기록,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뒤범벅될 정도였던 것. 저마다 짜증스런 하루를 보냈고 외출을 겁내 길거리가 한산했다.

기온에 다소 차이가 있긴 했지만 다른 지역도 거의 마찬가지. 갖가지 더위 증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선풍기 등 매진=포항의 4일 기록은 7월 초순 기온으로는 1990년 이후 최고. 지난 1일 29.2℃를 기록한 뒤 2일엔 35.1℃, 3일엔 36℃로 점차 높아져 왔다.

폭염이 사흘간이나 계속되자 포항지역 전력 사용량도 급증해 4일 오후 3시엔 사상 최고치의 순간 수요를 보였다. 작년 최고치보다 1만3천㎾ 많은 36만9천㎾나 된 것. 대형 전자매장, 백화점, 대리점 등에는 에어컨·선풍기 등을 사려는 발길이 이어졌고, 전자랜드 포항점 경우 에어컨이 하루 70, 80대씩 팔리고 선풍기는 300~400대나 나가는 바람에 4일 오후에는 물건이 동나고 말았다. 그러나 구입자가 한꺼번에 몰려 에어컨 설치까진 3일정도 걸려야 가능한 실정.

곳곳에서는 냉방기기 수리 의뢰가 폭주하기도 했다. LG전자 영천 서비스센터에 따르면 하루 10건 이하였던 에어컨·냉장고 등 수리 의뢰건수가 2일 이후 하루 8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중수리 기사 추교훈(36)씨는 "요즘은 밤 12시가 넘도록 작업하고 있다"고 했다.

◇포항이 왜 더울까?=포항은 1994년 7월14일에 7월 중 전국 최고기록을 세우기도 했었다. 무려 38.6℃.

바다까지 끼고 있는 포항 기온이 왜 이처럼 높을까? 포항기상대 김혜정(30) 예보사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불어 올 때면 포항 기온이 급속히 올라 간다"고 했다. 이 고기압이 동반하는 남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푄 현상이 나타나 100m 내려올 때마다 1℃씩 기온이 상승한다는 것.

김 예보사는 "가장 덥다는 대구는 분지라서 가끔 전국 최고 기온을 나타내지만, 북태평양 고기압 기류가 형성되면 태백산맥 동쪽인 포항·강릉에서 최고 기온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실제 4일 태백산맥 서쪽에 있는 광주는 32℃로 포항보다 5.5℃나 낮았고, 영주는 33.5℃였다.

◇감기환자 부쩍=그런 지리적 요인 외에도 청송·울진·영덕·경주 등의 산이 포항을 에워싸고 있는 것도 기온을 상승시키는 데 한몫 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그러나 포항 시민들은 철강공단을 끼고 있고 도심에 녹지가 거의 없어 복사열이 그대로 전달되는 도시 특성이 체감 온도까지 높이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그래서인지 포철 용광로에서 열을 너무 뿜어 내 그런 것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돈다.

한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체온 관리를 제대로 못해 곳곳에서 감기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문경시내 병의원에는 최근 감기 환자가 하루에 각 10여명씩 찾고 있고, 아기들은 열·설사를 동반한 수인성 전염병 증세도 함께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 점촌 중앙의원 이상일(41) 원장은 에어컨 사용이나 찬 빙과류 섭취 등을 줄이라고 충고 했다.

◇더위가 근로 형태까지 바꿔=포항공단내 상당수 철구조물 업체들은 더위가 시작된 이번 주초부터 근무 중 휴식시간을 대폭 늘렸다. 업무의 대부분이 실외에서 이뤄지는데다 특수용접 등 고열 작업이 많기 때문.

ㄱ사 경우 1시간 작업에 10분간 휴식을 의무화하고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했다. ㅇ사는 사내 곳곳에 설치된 제빙기 말고도 시내 얼음집과 얼음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혹서 관련 예산 2천만원을 편성했다.

공단 일부 업체들은 낮 기온이 32℃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이는 다음 주부터는 오전8시~오후6시인 근무시간을 새벽5시~낮12시로 변경키로 했다. ㅍ건설사는 전체 작업 인력 중 25%만 돌아가며 근무하고 나머지는 쉬도록 방침을 정했다.

사무실 근무자들 중에서는 일요일과 연결되는 6, 7일 이틀간 휴가 신청자가 크게 늘었다고 한 회사 관계자가 말했다.

동부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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