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개구리, 산 개구리를 아십니까?
물에서 겨울을 나고 알을 낳았던 산개구리들이 지금쯤 청송 곳곳의 산으로 향하고 있다. 제 서식지를 찾아 가는 것. 이들은 지난 겨울 요행히 사람 손을 피해 살아 남은 놈들이다.
◇개구리들의 산행 = 산개구리는 6월까지는 거의 산 속으로 되돌아 간다. 작은 벌레, 지렁이, 송충이 등 좋아하는 동물성 먹이가 거기 있기 때문.
살아 움직이는 먹이를 씹지 않고 그냥 삼킨다. 70∼100cm나 도약해 먹이를 잡을 때도 있고,먹이는 긴 혀를 내밀어 붙잡는다. 약 5.5m의 높이에서 뛰어 내려 7.5m나 떨어진 나무로 옮아 갈 수도 있다. 발바닥이 다른 개구리보다 길며 앞다리에도 물갈퀴가 발달돼 있어 뛰어 내릴 때 낙하산 역할을 해 준다.
그러나 9월 하순쯤 되면 다시 골짜기 물 가로 내려 가 있다가 기온이 더 내려 가는 10월 하순부터 11월 중순 사이에는 더 큰 냇물로 이동한다. 겨울을 나야 하고 봄이 되면 알도 낳아야 하기 때문. 암개구리가 성숙해 알을 낳기까지는 3년이 걸리며, 매년 봄에 몇백 개의 알을 낳는다.
알을 낳기 전에 점액을 배출해 뒷다리로 휘저어 거품을 낸 뒤 거기에 알을 낳는다. 알 덩이는 물 위로 솟은 나뭇가지 같은 곳에 붙여 두며, 태양열을 받아 부화한 올챙이는 거품 밖으로 나와 물에 떨어져 자신의 일생을 시작한다.
산란을 끝낸 암컷은 여름 동안 알을 성숙시키기 시작, 겨울잠에 들기 전에 완전히 성숙한 알을 몸 속에 지니게 된다. 이른 봄철 논이나 얕은 웅덩이는 암수가 포접된 채 죽은 것처럼 물 속에 가라 앉아 있는 개구리를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자연의 이치에 따른 것.
◇산개구리의 비애 = 그러나 산개구리들은 겨울철에 냇물로 내려 왔다가는 사람의 보신용으로 마구 희생되고 있다. 남획 때문에 숫자도 현저히 줄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청송군청 농업기술센터 경제작물계 심장섭(45)씨는 "산개구리가 남자들 몸에 좋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청송·영양 지역에서는 겨울 부업으로 개구를 잡아 내다 파는 신종 직업까지 생겼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청송에서 개구리 요리를 먹은 적 있다고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그런 식당이 한군데도 없는 것으로 돼 있다. 겨울철 대도시로 팔려 나가는 것이 더 많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남획이 문제되자 환경부는 지난 21일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 뱀·개구리 등에 대해서도 무분별한 포획과 수출입을 규제할 수 있도록 시장.군수 허가제를 도입키로 했다.
◇산개구리의 특성= 우리나라에 사는 개구리는 모두 11종류로 알려져 있다. 그 중 기생개구리.밭개구리.늪개구리.황소개구리.음개구리.달마개구리 등은 물에 산다. 하지만 산이나 나무 위에 사는 종류도 적잖다. 송장개구리.산개구리.청개구리 등이 그것.
그 중 식용으로 남획되는 산개구리는 청개구리와 많이 닮았다. 그러나 실제 원류는 송장개구리. 거기서 진화해 나무 위 생활에 적응하게 된 것이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