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Global Prism-'인도주의'는 '빈말'

탈북 후 중국에 머물던 장길수군 가족이 지난 토요일 서울에 도착했다. 이들 탈북 가족은 단순히 한국행 외에 이들이 과연 난민 지위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난민'이 아니라 '건강상의 이유'로 중국에서 추방돼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 정부는 이번 길수군 가족의 구명에 '인도주의' 시위 외에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 내 탈북자들은 북한과 중국 당국의 더욱 강화된 조사와 추적, 국경 봉쇄에 직면하게 됐다현재 중국을 떠돌고 있는 탈북자는 적게는 1만명에서 많게는 30만 명. 우리 정부는 이들 중 북한 외교부나 군부출신 등 정보 가치가 있는 사람만 선별적으로 수용한다. 이와는 별개로 유사시 탈북자가 4백만 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 정부의 '북한 붕괴' '대규모 난민 발생' 등에 대한 대비는 거의 없는 셈이다길수군 가족의 처리에서 문제가 됐던, 중국측의 '난민은 없다'라는 주장과 '인도주의'라는 용어는 사실 정치적인 '말장난'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에게는 돌아가야 할 북한의 고향과 부모, 처자가 있다"면서 "탈북자들은 식량을 구하러 중국으로 들어왔을 뿐 식량을 구하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들은 난민이 아니며 한국으로 보낼 경우 가족간 생이별이 되고 이는 인도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한-중 양국의 '인도주의'에 대한 해석이 입장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우리 정부가 탈북자 문제를 더 이상 '인도주의'라는 애매한 수사로만 접근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외교정치에 있어서 '인도주의'는 '허사(虛辭)'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 정부의 대(對)난민 정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92년 국제난민조약에 가입한 이래 약 60건의 난민 신청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초 에티오피아인에 대해 처음으로 난민지위를 인정했을 뿐 나머지 신청자에 대한 난민 인정은 불투명하다.

왜 그럴까. 정치적 탄압을 피해 한국땅을 찾아온 제 3세계 난민들은 한결같이 '인도주의'를 호소할뿐 우리 정부에 이렇다 할 정치적 실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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