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서기의 방미 문제가 한미 양국의 외교 현안으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황씨 문제는 지난해 11월 미국 의회 주변의 보수적 민간 단체로 오래 전부터 탈북자 문제를 추적해 온 디펜스포럼재단이 세미나 연사로 초청하면서 표면화된 후 제시 헬름즈 당시 상원 외교위원장의 초청장으로 무게를 더했으나 신변 안전 문제 등에 걸려 별다른 진척이 이뤄지지 않아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크리스토퍼 콕스 하원 공화당 정책위의장, 제시 헬름즈 상원의원 및 수전 솔티 디펜스포럼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말 인편을 서울에 보내 황씨에게 간접적으로 초청 의사를 다시 전달했고 황씨가 이를 '기꺼이' 수락한 것으로 4일 확인됨으로써 갑자기 급물살을 탄 느낌을 주고 있다.
특히 황씨가 서한에서 미국 국무부가 헬름즈 의원 등에게 "신변 안전 문제를 조정하겠다고 공약한 것으로 들었다"고 밝힘으로써 국무부도 이미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미 대사관이나 외교통상부는 그러나 이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져 미국 공화당내 일부 강경 보수파가 한국 정부를 제쳐 놓고 탈북자인 황씨의 방미를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탈북자 가운데 최고위 인사로 '주체 사상의 전도사'로 불리던 황씨의 신변이 우리 정부의 입장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외국에서, 그것도 정부 당국이 아닌 입법부 일부 관계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모습이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이에 대해 "국제 외교 관행을 무시한 무례한 행위"라는 지적과 함께 한미 양국의 외교 마찰로 번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외교분석가는 "황씨 방미는 공화당 강경파가 상원에서 추진하다 지난달 소수당으로 전락하자 여전히 다수당을 고수하고 있는 하원으로 넘긴 것"이라며 "황씨 방미가 성사된다면 대북 정책을 놓고 민주당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공화당에 정략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황씨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나 북한에 대해 불리하게 증언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대북 강경책을 선호하는 공화당은 유리한 반면 대북 포용을 주창하는 민주당으로서는 기대할 게 별로 없는 형편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포함한 남북 관계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일부 전문가는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이 탈북자의 출국을 마냥 봉쇄한다는 것은 명분이 서지 않는다"고 말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해결하되 당국 대 당국의 당당한 교섭을 통해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주장할 것은 주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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