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언론 세무조사와 관련해 언론탄압 규탄대회를 갖는 등 공세를 강화하자 이회창 총재에 대한 비난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총재를 겨냥한 원색적인 비난 발언도 쏟아내고 있다.
5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전용학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언론공방이 이 총재의 협량(狹量)정치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색깔론 제기와 장외집회는 총재의 협량정치에서 비롯됐다"면서 "이 총재가 나라를 '탈세천국''탈세공화국'으로 만들려 한다"고 비난했다.
전날 당무회의 발언은 강도가 훨씬 높았다. 이규정 고충처리위원장은 "한나라당은 불법 정당"이라며 "이회창 총재는 대쪽이라고 하는데 아무데나 찌르는 죽창"이라고까지 했다. 임채정 국가전략연구소장은 "한나라당이 세무조사와 재벌개혁 등에 반대하는 것은 특권층을 우군화해 정권을 잡겠다는 것"이라며 이 총재를 '특권층 동맹'의 맹주로 몰아붙였다.
이처럼 야당의 반발강도에 따라 민주당이 이 총재 비난수위를 높이는데는 이유가 있다. 한나라당의 언론 세무조사 반발이 이 총재의 대권전략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이 총재가 대권을 염두에 두고 특정 언론사를 비호하고 나선다면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좌시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다.
때문에 여권 차기주자들도 이 총재 비난에 적극 가세하는 분위기다. 한화갑.김근태 최고위원과 노무현 상임고문 등 언론개혁에 관한한 '강경론자'들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최근 한나라당의 색깔론 제기와 관련, "이는 이 총재의 지나친 대권욕에서 비롯됐다"면서 "지도자로서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노 상임고문도 한 특강에서 "탈세언론을 비호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이 총재는 다음 대선에서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론사주의 탈세행위를 과감하게 편들고 나선 사람이 있으나 일국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그런 일을 해서는 안된다"며 이 총재를 직접 비난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야=한나라당은 언론사 세무조사를 '한국판 문화혁명'이라 규정하고 "김정일 답방을 통한 초헌법적 비상국면 조성, 장기집권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5일 열린 김기배 사무총장 주재 당3역회의와 정책간담회에서는 "대중 영합주의에 편승한 현 정권의 언론자유 파괴에 대해 후일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지 흥미롭다" "김 대통령은 역사적 책임을 모두 져야 할 것"이라는 발언이 이어졌다.
김만제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이회창 총재를 향해 '아무데나 찌르는 창'으로 비유하는 등 정치판의 에티켓조차 상실했다"면서 "이 총재에 대해 악의적인 인신공격을 일삼는다면 우리당도 민주당 총재를 향해 맞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또 김 총장은 "정부가 갑자기 부패방지 보고대회를 갖는 등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며 "이는 공무원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또 "김정일 답방에 장애가 되는 특정언론을 제거하려는 속셈은 결국 야당파괴를 통해 장기집권을 이루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장광근 수석부대변인은 "현정권의 언론탄압은 장기집권 음모를 위한 1단계 작업"라며 "언론공작을 통한 특정언론 제거→김정일 답방을 통한 초헌법적 비상국면조성→국체변경 필요성에 대한 여론몰이→야당파괴 및 장기집권체제 구축의 수순을 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과 소설가 이문열씨 사이의 '곡학아세'논쟁에 대해서도 김 의장은 "세무조사에 비판적인 인상을 준 이씨를 비난하는 것은 지식인들마저 편가르려는 발상"이라고 했고 김 총장과 장 부대변인은 "현대판 분서갱유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비판적 언론인 리스트가 돌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핵심 당직자는 "모 신문사는 편집과 논조에 관여한 간부 몇명이 갑자기 교체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전날 당소속 의원 18명으로 구성된 언론탄압 국정조사 특위(박관용)를 결성한데 이어 5일 증인 선정과 현장조사 계획 등을 논의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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