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특별법이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의 생존에 직결된 주요한 사안이면서도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 등 제대로 된 절차는커녕 입안 과정을 서둘렀고, 시·군청들은 내용을 몰라 의견조차 제대로 못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1999년 12월 정부 부처 합동으로 낙동강 수계 물 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한 뒤 뒷받침하기 위한 입법을 곧바로 서둘러 작년 1월21일 경북도청에 시·군 의견을 수합해 보고토록 통보했다. 이에 도청은 6일 뒤 영덕·울릉을 제외한 도내 21개 시·군청에 공문을 넘겼고, 2월 중순 수합·종합 의견을 회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생략됐을 뿐 아니라, 시·군청 의견조차 시간에 쫓겨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21개 시·군청 중 나름대로 의견을 낸 것은 안동·영주·문경·성주·고령 등 5곳에 불과했고, 경산·영천·구미·상주·영양·군위·청도·예천·울진 등 9곳에서는 '의견 없음'으로 통보했으며, 심지어 포항·경주·김천·의성·봉화·청송·칠곡 등은 회신조차 않았다는 것. 또 의견을 낸 안동시청 등도 대부분 근본적인 문제는 제기하지 못하고 일부 세부적인 요구만 냈다.
상수원댐 상류지역에 포함되는 7개 시·군 중 6개(안동 제외)가 무관심하게 대처했고, 가장 큰 피해지역이 될 영양군청은 의견이 없다고 했고, 임하댐 상류 수변인 청송군청은 회신조차 하지 않았던 것. 운문댐 상류인 청도군청, 영천댐 수계인 영천시청도 의견이 없다고 했으며, 영천댐 수계인 포항·경주는 회신조차 않았다이런 부실한 반응을 바탕으로 도청은 △농약·비료 사용 기준 마련 및 제한시 보상 근거 마련 △축산시설 제한에서 톱밥 발효축사 제외 등의 의견을 정리해 환경부로 보냈다. 환경부는 이를 받아 정부의 법안을 일부 수정하는 수준에서 검토를 종료하고 작년 6월에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다. 종합대책 제시 불과 6개월만에 주민 공청회조차 없이 법 제정을 추진한 것.
이에 대해 영양군청 권영찬 환경관리 담당은 "당시엔 법안 이해 부족으로 면밀히 검토하지 못했고, 바쁜 일정도 문제였다"고 했고, 청송군청 관계자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경북도청 환경 관계자도 "법안에 대한 이해 부족과 빠듯한 회신 일정 등 때문에 검토가 충실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안동 지방자치연구소 유경상(36)씨는 "현장 공무원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고, 이런 큰 문제를 내부 공문으로 처리하려 한 태도에도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비판했다. 또 물 분야 담당 공무원들이 대부분 수질개선 등 업무에만 매달려 21세기 물 분쟁에 대비한 지식과 전문성을 못갖췄다는 비판도 나왔다.
안동·영양 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