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속에 꽃이 피었다? 해바라기.장미.국화 등 60여종의 다양한 꽃무늬가 새겨진 돌 '꽃돌'(화문석.花紋石) 중에서도 특별한 청송 꽃돌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 생산량이 감소할 것에 대비해 박물관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쏟아지는 찬사 = 일반적으로 꽃돌은 일본.중국 등에서도 나고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다른 나라 것은 연마기로 갈면 꽃무늬가 없어진다고 했다. 청송 것만이 갈수록 무늬가 더 선명해진다는 것.
그래서 외국 학자들은 이것을 특별히 주목한다. '영원히 지지 않는 꽃' '신이 피워 낸 아름다움의 결정' 등의 찬사가 나오고 외국 전문가들의 방문이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
현지를 찾은 서울대 광물학과 김수진 교수는 "한마디로 말해 연구 대상"이라고만 했다. 동행한 중국의 백두산 연구 지질학자는 "내 평생 가장 귀한 것을 봤다"고 했다. 이미 여러차례 청송을 찾은 바 있는 러시아 지질학자들도 같은 반응을 보이면서 "꼭 가족과 함께 찾고 싶다"고 했다.
서울시청 탁병훈 예산실장은 "꽃돌들을 구입하겠다고 서울시청이 여러 차례 제의한 적 있다"며, "박물관을 지으면 투자보다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3년 전 서울 아키리스 백화점에서전시회를 가졌을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15일 동안 1만여명 입장에 입장 수입이 3천만원이나 됐던 것만 봐도 예견할 수 있다는 것. 현재는 대전에서 입장료 3천원에 전시되고 있다.
1985년엔 일본 수석애호가 가마모토(당시 56세, 시마네현)씨가 청송 꽃돌을 처음으로 일본에 알리기 시작했다. 일본 애호가들은 "특히 국화 꽃돌은 가장 신비로운 보석"이라며 감탄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금도 일본 애호가들과 다른 국가로도 다량 팔려 나가고 있다.
◇어디서 어떻게 나나? = 고려대 김형직 지질학 교수는 주왕산 정상 왕거암에서 시작해 태행산 줄기를 따라 진보면 괴정리 뒷산까지 이 화문석들이 매장돼 있을 것이라면서, 매장량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학계에서는 '응회암'이라는 이름으로 지칭하고, 1억5천만년 전에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주요 산지는 부동면 내룡천, 주왕산 일대, 태행산(청송읍 월외리) 일대, 파천면 옹점.신흥리 일대, 진보면 괴정리 일대 등. 그 중 특히 괴정리에는 원석 채석장이 있다. 이곳 신영환(46)씨는 "매월 4천여만원씩 투입해 가며 넉달째 꽃돌 돌맥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10여년 전 처음에는 흙만 파면 돌맥을 찾았으나 지금은 몇개월깨 굴삭기로 파도 찾기가 쉽잖다"고 했다. 이 채석장에서는 주로 국화.카네이션.칼라목단 등 꽃돌이 나온다는 것.
거기서 캐내어진 원석은 진보면 신촌2리 '꽃돌 특산단지'로 옮겨져 가공된다. 꽃의 맥을 정확히 예측해 72인치 대형 톱으로 크기별로 절단한다. 원석의 꽃 부분은 공처럼 둥근 핵(꽃집)으로 이뤄져 있고 그걸 정확하게 켜야 가장 선명한 꽃무늬를 살릴 수 있기 때문.
다음엔 꽃이 조화롭게 배열되고 꽃무늬가 실물처럼 정교하고 활짝 핀 활엽상태가 되도록 가공한다. 마지막엔 손으로 간 뒤 무색 유약을 바르고 가스 불로 지진 뒤 왁스를 발라 윤을 낸다.
◇박물관 시급 = 하지만 청송 꽃돌도 점차 생산량이 감소할 뿐 아니라 까딱 고갈 위기에 빠질지모른다고 관계자들은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5년 전에 시작된 것이 박물관 유치와 천연기념물 지정노력. 안동대 황상구 교수도 "꽃돌이 사라지기 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박물관을 지어야 한다"고 했다.
박물관은 다른 지역에서 오히려 더 탐낸다는 얘기가 있다. 전라도의 한 도지사는 그곳에 박물관을 짓겠다며 특정인 소장품 200점을 팔도록 요청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양산 자수정 동굴 관리사무소(언양)에서도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몇 차례 구입을 추진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그러나 박물관은 산지인 청송에 서야 한다는 것이 모두의 바램. 청송 꽃돌 특화단지 신형환 회장은 "결국은 고향에 박물관을 세워야 하고, 그때문에 많은 돈을 주려 해도 소장품들을 팔지 않고있다"고 했다. 청송 꽃돌협회 회원들 역시 소장품을 기증하겠다며 주왕산에 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유치에 애쓰고 있다.
하지만 청송군청은 일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군수·도의원·군의원 선거 때도 꽃돌박물관 유치가 늘 공약으로 제시되지만 허사. 최근에는 박광엽 군의원이 건립을 위한 자료수집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물관은 없더라도 올 여름 휴가 때 주왕산, 달기 약수탕, 진보 신촌약수탕 일대 판매점을 찾으면 꽃돌들은 만날 수 있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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