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초대석-작은예수 수녀회 윤석인 원장

"건강한 사람들도 신체적 특성이 모두 다릅니다. 장애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신체적 개성 중 하나일 뿐입니다".

지난달 29일 장애인 공동체 작은예수회 대구분원(053-652-6740)을 찾은 장애인 윤석인(50)수녀는 장애인을 잘못보는 시각이 더 큰 장애라고 꼬집었다.

지난 84년 출범한 작은예수회는 재활훈련이 어렵고 의지할 곳 없는 18세 이상 중증 정신지체장애인들에게 가정이라는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여성 장애인 10명이 있는 대구를 비롯, 서울, 전주, 제주, 성남 등 전국 23곳에 분원이 설치되어 있다.

윤석인 수녀는 이들 분원의 운영 상태를 살펴보고 지원해 주는 작은예수 수녀회 원장으로 장애인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휠체어에 의지한 채 전국을 다니고 있다.

하반신 마비는 물론 손도 자유롭지 못한 윤석인 수녀에게 장애가 찾아온 것은 10세 때. 류머티스로 관절에 염증이 생기면서 관절이 망가져 중증 장애인이 되었다.고통 속에서 하느님을 찾은 윤석인 수녀는 수도자로서 평생 헌신하는 삶이 좋겠다는 생각에 수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남을 위해 봉사하는 수녀가 오히려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을 염려하는 시각때문에 여러차례 거절을 당하다 지난 92년 작은예수 수녀회가 창립되면서 수녀가 되었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첫 장애인 수녀가 된 윤석인씨는 자신이 실패하면 장애인 가운데 수녀가 되겠다는 모든 사람의 희망을 꺾는 일이라는 신념으로 자신을 추스르며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80년부터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 지난해 6월 예술의 전당에서 첫 전시회를 가진데 이어 오는 9월 로마 아데나화랑에서 세번째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지난 3월에는 함께 가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오늘날 자신이 있기까지 도와 준 모든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자서전 '동행'을 출간 했다. 이런 노력 덕택에 이제는 '2천년에 나타난 기적의 수녀'라고 불리고 있다.

"장애인을 둔 가족은 숨기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윤 수녀는 "재능은 있지만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해 장애인전문예술학교를 세워 자신이 받은 축복을 나눠주겠다"고 말했다.

"작은예수회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도움을 원하는 중증 장애인들은 많은데 늘 아쉽다"는 윤 수녀는 "많은 후원자들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린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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