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경찰부패'가 낳은 '義警비리'

의무경찰 수백명의 배치청탁자명단 유출사건은 '병무비리'가 여전히 우리사회에 뿌리박혀 있는 걸 의미하는 것이라 충격적이다.

더욱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다짐하고 돌아서기 바쁘게 마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불거져 나와 정말 우리사회의 부패구조는 대책이 없구나 하는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게 하고 있다.

또 그 청탁자명단이 대부분 경찰고위간부들이라는 점은 그야말로 아이러니컬하다. 경찰은 자체개혁을 통해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는 판국에 그 개혁이 허구였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비리의 실체'가 드러나 결국 역시 '우리 경찰은 아직 멀었구나' 하는 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결국 경찰개혁은 이 사건으로 완전히 물거품이 돼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또 국가적과제로 강조된 부패척결의 중추는 경찰 등 사정기관인데 그들 스스로 이런 '구린 구석'을 안고 있으니 부패척결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이번 사건은 '의경배치비리'이지만 크게 보면 지금 온나라가 야단법석인 '병무비리'와 그 맥을 같이하는 사안이고 경찰내에서 행세깨나 하는 간부들은 거의 그 비리에 연루됐다는 건 그만큼 아직 경찰은 부패구조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감찰을 맡은 간부, 전의경을 훈련시키는 중앙경찰학교간부까지 있다니 부패구조를 어디에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다는 생각마저 드는 상황이다.

사실 이 의경배치문제는 이번에 그 명단이 유출된 서울에 국한된 게 아니라 지방에서도 이런 저런 말이 많았고 그로인한 로비전이 치열하다는 소문은 이미 날대로 난 상황이다. 우리가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바로 이 사건은 전국적인 현상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건 그만큼 경찰내부는 아직도 이를 하찮게 여길 정도로 '부패의식'에 거의 젖어 있다는 걸 의미한다.

따라서 경찰청장은 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의경비리 척결'차원이 아니라 진정한 경찰개혁의 차원에서 엄중 처벌해야 한다. 또 의경배치비리의 근원은 시위진압부대 등 힘드는 일에 가지 않으려는 풍조라는 점을 인식, 순환근무 등 획기적으로 근무규정을 고치는 것도 비리척결의 한 방안임을 촉구한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부모들의 자식 과잉 보호의식도 이번 기회에 재고해야 할 사안이다.내 자식만 좋고 편한자리에 가길 원한다면 결국 남의 자식은 고생되고 불편한 자리로 내모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비뚤어진 의식도 큰 몫인 만큼 국민의식의 선진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이런 비리는 근절될 수 없다는 게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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