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표현의 자유가 훼손되고 있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놓고 여당과 야당, 그리고 지식인과 여당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논쟁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가 맞는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여든 야든 모두가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민주주의의 기초인 토론의 기본을 외면하고 서로 윽박지르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은 등장하는 용어가 너무 살벌하고 비이성적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곡학아세(曲學阿世), 특권층 동맹 맹주, 매카시즘적, 극우동맹, 극좌동맹과 같은 낱말들이 증거도 없이 횡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올바른 토론문화나 표현의 자유 같은 것은 아예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자신의 주장과 논리가 다르면 무조건 인격 모독적인 공격을 해대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이 기초이고 이를 토대로 적절한 토론과정을 거쳐 하나의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인데 이렇게 공격일변도로 나가는 것은 바로 민주주의를 포기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나의 의견만 있어서는 실패하고 만다는 것은 공산주의 실험에서 이미 입증된 것이 아닌가. 여야 모두 반성해야 하지만 여당이 특히 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는 논리는 없고 색깔만 있다는 점이다. 조세정의가 우선이냐 언론자유가 우선이냐 하는 핵심에 대한 논쟁은 하는 둥 마는 둥하고는 서로 비이성적이라고 증거도 없이 비난하는 가하면 느닷없이 색깔론을 들이대고 있다. 색깔론은 좌.우의 이념에 대한 색깔에서부터 지역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서로 극우니 극좌니 하면서도 왜 극우이고 극좌인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추미애 의원이 소설가 이문열씨가 쓴 글을 놓고 곡학아세라고 비판하고 윽박지른 것은 자칫 지식인 입막기라는 오해를 살수도 있다는 점에서 잘못된 것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권력에 아부하는 것이 곡학아세인데 신문에 글을 쓴 이씨를 보고 '권력에 아양을 떨지 말라'니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일부 네티즌들의 욕설 공격은 참으로 개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비판이든 옹호이든 의견을 말하고 논리를 전개해야지 욕설을 하는 것은 건전한 네티즌 문화를 훼손시키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네티즌들은 자신의 의견이나 표현을 통해 또 하나의 언론을 형성하면서 사회여론 형성에 기여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욕설이나 한다면 이는 다른 건전한 네티즌들을 욕보이는 결과를 빚는 결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 하는 나라답게 말 좀 하고 사는 세상이 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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