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피폐해 가는 지역경제의 생존방법은 무엇인가. 이 문제는 지금까지 지역경제의 밑받침이 되어온 전통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디지털 정보혁명으로 경제구조 자체가 요동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해답은 한 마디로 '차별화만이 살 길'이라고 축약할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인가. 이 문제에 있어서는 적자에 허덕이는 지역재정의 현실과 협소 하기만 한 지역시장의 규모를 감안할 때 그저 막막할지 모른다. 하지만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대구경북 지역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인구와 땅덩어리를 가지고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도시와 지역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스턴을 보자. 보스턴은 인구 60만명을 못 넘기는 미국에서도 20번째의 소도시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에서 비즈니스 방문객이 가장 많은 도시로 꼽히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낮에는 거주 인구의 두 배인 120만명이 움직인다. 호텔 내방객의 절반이 비즈니스맨들이라고 한다. 이 곳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명문대학들이 위치한 교육도시이지만, 금융산업에 있어 뉴욕과 런던에 이어 세계 3위이다. 산업의 규모에 있어 4위인 도쿄를 2배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한두 개의 특화된 산업으로 소수(?)의 지역주민들이 부를 누리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는 과수원들로 가득 찬 농촌에서 지금은 인터넷 정보혁명을 주도하는 하이테크 메카가 되었다. 이러한 성공신화는 세계로 확산되어 수많은 지역경제들이 경쟁적으로 모방하고 있다. 서울의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한 강남지역도 하나의 성공사례를 창출했다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 산업을 중심으로 전국의 유능한 기술인력과 자본이 이곳으로 몰리고 있으며 국제적 자본유치도 흔한 일이 되고 있다. 이러한 성공사례는 전국으로 확산되어 각 지역경제의 개발노력에 커다란 자극제가 되고 있다. 대전지역은 수십년간 각종 연구기관에 퍼부은 30조원에 이르는 연구개발투자를 기초로 바이오와 정보통신 산업을 특화시키고 있다.
항구도시인 부산은 특유의 '놀고 즐기는' 문화를 살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35만평의 수영만 지역을 엔터테인먼트와 정보통신 산업에 특화된 지역으로 육성하고자 사업계획서에만 22억원을 투자하여 기초 전략을 이미 마련한 상태이다. 또한 국제적 영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세트장 무료제공은 물론 교통 통제와 헬리콥터 대여를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늘어나는 영화촬영으로 인한 교통불편에도 불구하고 시민들로부터 불만이 전혀 접수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역의 경제 주체들간 공감대 형성을 의미하며 앞으로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화 전략은 성공한 지역의 다음과 같은 특성들을 감안할 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첫째, 방문객의 첫인상에서부터 독특한 문화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저 서울의 5년 전, 10년 전쯤으로 인식되어서는 승산이 없다는 말이다. 둘째, 그 지역에만 존재하는 지식과 문화를 배우거나 활용하기 위해 타지역에서 이주해 오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셋째, 외부와의 접촉이 빈번하며 타지역과의 전략적 관계를 통해 그 지역의 핵심역량을 극대화시킨다.
이제 지역경제의 차별화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유일한 돌파구가 되었다. 왜냐하면 세계경제가 지역을 단위로 묶여가고 있으며 그 속에서 경쟁과 협력의 관계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별화에 실패하면 아무리 우수한 인재를 키워내고 열심히 저축해도 그것들이 다른 지역으로 빨려 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경북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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