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첨단문화산업과 전통상품문화는 산업이다. 그 나라, 그 지역의 독특하고 고유한 문화가 뒷받침되지 못한 상품은 더 이상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선진국들은 이미 고부가가치의 문화산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국제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 1999년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제정과 함께 대구시의 '밀라노프로젝트', 경북도의 '경북첨단문화산업단지' 조성계획 등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문화산업육성을 위한 전략수립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은 기반조성 단계에 머물고 있다.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아 갈수록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문화산업에 대한 우리의 전략과 함께 대구경북지역 문화산업의 실태와 대책, 육성 및 발전 방향 등을 매주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문화산업의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0년대 초반. 이후 1983년 유네스코에 의해 '문화산업(Cultural Industries)'이라는 말이 공식화 되었지만 우리의 경우 90년대 중반이후 선진국들의 문화산업 논리를 경제적 시각에서 도입하면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문화산업에 관한 제도적 뒷받침이 가시화된 것은 1999년 2월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이 기본법에는 문화산업의 개념을 '문화상품의 생산과 유통, 소비와 관련된 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1995년 유네스코가 우리 정부의 지원으로 개최한 '아시아태평양 문화포럼'에서는 문화산업을 '내용물(Contents) 산업'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도서와 잡지, 신문, 저널, 영화, 시청각물, 녹음 및 녹화, 소프트웨어, CD-ROM 및 이와 관련한 기타 문화상품이 그 범위. 하지만 첨단기술과 결합된 전통문화와 대중문화, 멀티미디어 콘텐츠 산업, 소프트웨어 산업, 지식정보산업 등이 문화산업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대구경북지역 문화산업 육성방안과 실태는 어떠할까.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각 지자체의 움직임과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산업의 진흥을 위해 필요한 각종 시책을 수립,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기본법 제3조에 따라 각 지자체마다 고부가가치 문화산업 육성에 전력을 쏟고 있다. '밀라노 프로젝트'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대구시는 봉무 패션어패럴 밸리 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구 봉무동 35만평 부지에 들어설 패션어패럴밸리는 종합패션.봉제산업단지로 밀라노 프로젝트의 핵심사업. 패션거리와 봉제공장, 판매.유통.전시 시설과 상가, 대학 및 연구센터 등 의류산업단지로 조성된다. 2003년까지 국비 700억원 등 모두 3천여억원이 투입된다.
또 오는 10월에는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영상 등 지역 문화산업육성의 중심기관인 '대구문화사업지원센터'도 설립한다. 남구 대명동 계명문화대 건물에 들어설 이 센터는 모두 4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지역 문화산업 벤처육성과 전문인력 양성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고 있다. 창업 지원과 문화산업 관련 지역커뮤니티 구축, 전문교육기관 유치를 통한 게임 및 애니메이션 등 첨단문화산업 전문인력의 집중 양성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경북도도 첨단문화산업단지 조성계획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이달 중으로 정부에 경북첨단문화산업단지 지정을 신청, 심의를 거쳐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본격적인 조성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 5월 문화관광부로부터 첨단문화산업단지로 지정된 춘천(애니메이션.게임)과 부천(만화, 출판), 청주(게임.교육), 대전(영상.게임) 등과 차별화시켜 가상현실(VR) 분야를 특화할 방침이다.
전통문화자원을 활용한 문화상품의 개발도 지자체와 지역 업계가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분야다. 전통문화.공예산업은 경북도가 계획한 '경북문화산업비전 21'의 5대 전략 중 하나. 전통적인 소재와 기법을 활용해 이를 문화상품으로 개발, 보급할 경우 지역 이미지 제고는 물론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북지역은 각종 유물과 사적, 문화재, 민속예술 등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보고(寶庫)로 전국 지정문화재의 20%인 1천300여점을 보유하는 등 여건이 매우 좋은 편.
이에 따라 경북도는 특히 경주지역을 중심으로한 신라.불교문화권, 고령과 성주지역의 가야문화권, 선산과 안동지역의 유교.양반문화권 등을 중심축으로 전통문화자원의 활용과 문화상품으로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보와 보물, 사적, 천연기념물, 중요무형문화재, 민속자료 등 문화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는 소재만해도 수 백건에 이를 전망. 특히 서원과 향교, 종택 등을 활용한 경북문화체험캠프나 공예박람회, 전통문양과 향토음식, 지역축제 등을 소재로한 문화상품 개발 및 전시판매 등이 추진되고 있다. 12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안동 공예공방'의 경우 최근 사업계획이 확정됐다. 도예작가 이점찬(경일대 교수)씨는 "대구경북지역은 풍부한 도예 인적자원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국내외 관광객들이 작업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생활도자기를 살 수 있는 집단 도예촌 조성과 함께 주변 문화유적지와 연계시키는 문화 관광코스 개발전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향토 전통문화상품 개발.보급의 좋은 사례로는 경주민속공예촌을 손꼽을 수 있다. 지난 1983년 조성된 이후 토기, 도자기, 목공예, 전통의상, 자수 등 다양한 전통문화 소재들을 제작, 전시판매하는 최초의 협업단지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현재 18개 업체가 입주, 향토 문화상품 홍보와 판매에 나서고 있으나 연 매출액이 약 4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영세성과 경영마인드 부족으로 아직 대외 경쟁력이 낮은 상태다.
1970년대초 신라토기를 재현, 상품화한 '신라요' 유효웅 대표는 "그동안 상당수 업체들이 떠나가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도예체험교실 등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문화상품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관광객 유치와 우리 전통공예상품의 해외진출에는 역부족인 상황. 상품 이미지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업계뿐 아니라 지자체의 체계적인 홍보전략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화살통과 목가구를 생산하고 있는 '조선목기' 김동학 대표는 "지역색을 살린 다양한 문화상품 개발과 집중육성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올해부터 2004년까지 지역문화자원 활용을 극대화해 전략적 문화상품을 집중 개발할 방침. 전통문화.공예산업 육성 등 전략산업 육성과 문화상품개발, 인프라 구축, 전문인력 양성, 이미지마케팅 전략개발 등에 국비와 지방비, 민자 등 모두 3천500여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처럼 전통문화를 응용한 생활 상품의 개발과 보급은 전통의 맥을 잇는 가장 한국적인 문화상품인 동시에 우리 문화의 고유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초적인 문화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등 갈수록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글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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