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딧불이의 정체

꺼질 듯 되살아나며 풀벌레 울음 그윽한 여름밤을 밝혀주는 반딧불이는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유일한 곤충이다.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은 반딧불이가 어떻게 깜박거리며 빛을 발하는지 연구해왔다. 하지만 명확한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막연히 반딧불이가 신경세포를 이용해 발광세포를 작동시켜 빛을 깜빡거릴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반딧불이는 배의 끝이나 6, 7마디에 지닌 발광기로 분당 60~80회 가량 강력하고 순간적인 불빛을 내는 발광곤충이다. 지구상에는 약 2천여종의반딧불이가 살고 있다. 반딧불이는 기관(氣管)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특수세포인 발광세포의 신경조절로 반딧불을 만든다. 반딧불은 루시페인과 루시페라제라는성분이 산소와 작용해 일어나는 일종의 산화 에너지로 가시광선만 방출한다.

반딧불이는 특유의 양식으로 짧고 율동적인 빛을 내는데 이 빛은 짝짓기 신호다. 주로 논우렁, 물달팽이, 고등 등을 먹고 살며 수명이 15일 가량으로매우 짧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반딧불이의 발광 비밀을 캐는 데 큰 애로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보스톤 투프츠 대학의 신경생물학자인 베리 트리머교수가 베일에 가려졌던 반딧불의 메카니즘을 밝혀냈다. 반딧불이가 빛을 깜박이는데 사용하는 것은 포유류의 발기를 촉진시키고 인간이나 동물의 혈압조절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산화질소.

일산화질소는 세포막을 손상시키지 않고 통과할 수 있다. 이러한 일산화질소의 특성을 이용해 반딧불이는 뇌 신호를 일산화질소에 담아 발광세포로전달하는 것이다. 일산화질소는 세포막을 통과할 수 있어 생물체의 모든 곳으로 전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연속적으로 전달이 불가능하고 한번 전달된 일산화질소의 수명은 수초에 불과하다. 따라서 반딧불이가 지속적으로 발광하지 못하고 깜빡거리게 되는 것이다.

한편 신경생물학자들은 반딧불이의 발광 메카니즘을 인간의 신경시스템에 적용하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딧불이가 일산화질소를 이용해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을 이용할 수 있다면 척추장애나 신경손상으로 단절된 신경계를 복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창희 기자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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