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장엽씨 방미 논란

정부가 조만간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비서의 방미문제에 관해 미국측과 협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그의 방미 허용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오후 임동원(林東源) 통일장관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황씨의 방미 문제를 논의했지만 신변안전 보장 등을 들어 사실상 당분간 방미를 허용하지 않을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6일 "황씨가 오는 20일께 워싱턴에서 열리는 디펜스포럼재단 세미나에 참석하고자 한다는 소식이 있어 시간이 임박한 만큼, 한·미 협의가 있으면 이 시기 방문과 관련한 신변보장 문제가 우선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달 말 황씨의 방미는 한·미 정부간의 조율절차 등의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가 황씨의 미국 방문에 난색을 표하는 배경에는 신변안전 보장문제, 형식적인 문제, 황씨 방미시 나올 발언, 한·미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 정부는 미 의회관계자들과 디펜스포럼재단 측이 정부가 보호중인 황씨를 초청하면서도 신변안전 보장 등 일련의 문제를 전혀 협의하지 않았고, 당사자인 황씨에게만 '미 정부와 신변안전 보장 협력'의사를 밝히는 등 적절한 절차를 취하지않았다는 점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미 국무부를 비롯한 행정부의 '책임있는' 기관이 우리 정부에 확실한 신변안전 보장을 약속할 경우에야 황씨의 방미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황씨의 방미를 불허한 배경에는 지난 97년 장승길 이집트주재 전 북한 대사의 미국망명시 미국측이 한국측의 접근을 일정기간 차단했다는 점 등과 거사례에 대한 불편한 감정도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또 황씨가 지난 4일 디펜스포럼재단측에 보낸 방미수락 서한에서 밝혔듯, 오는 20일께 세미나에서 행할 '북한에 관한 진실(The truth about North Korea)' 연설내용이 몰고올 파문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적어도 7월내에는 남북 당국간 회담 등이 열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황씨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북한체제를 강도높게 비판할 경우 남북관계와 한반도전체의 화해·협력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황씨 방미 초청자가 아무리 공화당의 일부 의원들이라 하더라도 의회가 행정부에 갖는 영향력을 감안, 황씨 문제를 한·미 우호문제와 결부시켜 생각해야 하는 고민을 떠안게 됐다.

자칫 한·미 외교마찰의 불씨가 될 수도 있는 황씨의 방미문제를 정부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마무리할지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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