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이 갈라 놨던 경상도와 충청도, 그리고 강원도. 직선 거리로는 얼마 안되면서도 늘 딴 세상 같이 인식되고 또 그렇게 살아 왔던 이웃. 그러나 오는 11월이면 이 땅들이 이제 하나로 묶여 같은 생활권을 형성한다. 이름하여 대간(大幹) 생활권 시대.
반만년 역사에 터널을 뚫는 그 역사(役事)는 바로 중앙고속도. 이제 많이도 바뀔 터. 안동권은 벌써 새로운 물류 중심지의 역할을 선점하려 야심을 키웠다. 영향은 멀리 동해안까지 날아 가 혹시 피해가 없을지 걱정이 생겼다. 대구의 기업들은 강원도라는 새로운 도전의 땅을 지그시 잣대질 하고 있다.
개통을 넉달 여 앞두고 이 길을 미리 달렸다. 3회에 걸쳐 새로운 희망의 기회를 살핀다.
편집자
백두에서 출발해 태백에서 갑자기 서남쪽으로 길을 바꿔 달린 백두대간. 크잖은 이 땅을 경상도·충청도·강원도로 갈라 놓은 거역할 수 없었던 힘. 물을 갈랐고, 땅을 갈랐고 끝내는 사람까지 구별 지었다. 덕분에 이곳에선 남으로 흐르던 물조차 저쪽에선 북으로 흘러야 했다. 그러면서 정기를 만들고 정신을 형성시켜 혼을 이룬 흐름.
동남쪽의 경상도가 반도의 중앙으로 진출하려면 언제나 이 거대한 대간과 맞닥뜨려야 했다. 선인들이 자연과 화해하면서 만들어 냈던 것은 3개의 고갯길. 영주의 죽령, 문경의 새재, 그리고 김천의 추풍령.
그 중에서도 맨 위쪽에 있어 3고개의 맏형 격이었던 죽령은 남한강을 통해 경상도를 서울과 연결시켜 줬었다. 지금 사람들이 하려는 일은 배가 아니라 자동차로 연결하자는 것. 오르막 30리 내리막 30리라는 해발 697m의 죽령만 양해해 준다면 경북·충청·강원이 한 식구로 '대간 생활권' 만들기도 한층 쉬울 일.
그 고갯길 남쪽에서는 죽령의 단전을 뚫어 대간 생활권을 이룩하려는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이 죽령터널이 완공되는 11월말 쯤이면 대구~춘천 사이 280km의 중앙고속도가 완전히 연결되는 것. 그런 뒤 그 700리 길을 달리는 시간이래야 겨우 3시간. 거리는 340km에서 280km로 60km밖에 줄지 않지만 시간은 절반으로 감축된다.
대간 생활권이 형성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지난 3월 말 경북·충북·강원 등 3도 지사가 만나 '중부내륙권 발전 및 교류·협력 구상'을 만들었던 것에서 기대는 먼저 감지된다. 지금까지 따로따로 발전을 추구하면서도 역부족해 늘 뒤떨어져 왔지만 이제는 하나로 묶어 함께 뛰자는 것.
중앙고속도 개통으로 물류비용이 연간 3천340여억원 절감될 것이라는 추산은 이미 나와 있다. 대구 사람들이 설악산을 가는 길도 7~10시간에서 3~4시간으로 줄어들 터. 오대산 정도는 원주를 거치면 곧장이다. 대간을 따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유명 관광지들의 접근성도 그에 맞춘 진출입로 덕분에 비교할 수 없게 높아진다.
간단한 상상. 경북 도계를 지나 있는 첫 진출입지는 단양. 죽령의 험준함 탓에 대구에서 하루만에 갔다 올 마음을 쉽게 내지 못했던 곳. 그러나 이제 불과 1시간30분 거리로 가까워진다. 죽령터널을 통하면 풍기~단양 사이가 22.3km 15분 거리로 단축되기 때문. 그렇게 쉽게 도달한 단양에서는 도담삼봉, 단양팔경, 고수동굴, 천동굴까지 30분만에 접근할 수 있고, 충주 역시 50분이면 달려 갈 수 있다.
원주까지도 고작 2시간 정도. 아들 면회길이 편해지고 20분이면 치악산 등산도 다녀올 수 있다. 소양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물의 도시 춘천도 하루 나들이 길. 소양호·의암호·춘천호… 거기다 말썽 많았던 평화의 댐도 60km 거리로 만날 수 있다. 더욱이 강원도청이 중앙고속도의 철원(60km) 연장을 요청하고 있어, 앞으로는 까딱 휴전선까지 마구 내달릴 수 있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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