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통일헌법, 논의는 좋으나...

민주당 의원 77명이 주축이 된 '새 시대전략연구소'가 그동안 내연(內燃)돼온 통일헌법 문제를 공론화 하고 나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연구소측은 "남북간 신뢰와 평화적 관계 구축을 위해 6·15선언을 제도화, 규범화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세무조사로 언론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이의 공론화는 여러가지 억측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더구나 야당은 통일헌법이 정계개편과 관련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긴장해 왔던 만큼 통일헌법 공론화가 또하나의 정쟁 불씨가 될까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연구소측은 이에 대해 "그동안 학계에 국한되어온 통일헌법 논의를 여야간 논의의 장(場)으로 끌어들이고 남북문제에 대한 통합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야당일각에서 제기해온 불순한 정치적 의도설(說)을 일축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남북대화가 지지부진한 현 시점에 통일헌법을 만들어서 상호 신뢰와 평화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는 것도 남북대화를 가속화시키는 방안이라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고 믿는다.그러나 그동안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통일헌법 논의를 내세워 개헌과 정계개편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또 김정일 위원장 답방을 둘러싸고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 등 국체변경 문제가 대두되는 등 통일헌법은 그동안 우리 정치권에서 내연돼온 뜨거운 감자로 받아들여졌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언론세무조사로 언론이 극도로 위축된 시점이다.

일부에서는 언론세무조사가 '모종의 정치적 결단'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고 의혹의 눈길마저 보내고 있는 터수다. 이런 처지에 느닷없이 통일헌법… 운운하고 나선 것은 갖가지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요컨대 헌법공론화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더라도 지금은 그 때가 아니다. 꼭 공론화시켜야 한다면 지금처럼 여야가 극단적으로 대치, 막말이 오가는 상황은 피해야 할 것이다.

또 언론 세무조사 문제도 일단락된 연후가 바로 논의할 시점일 것이다. 지금처럼 언론의 비판기능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는 이처럼 국가의 정체성이 걸린 중대사가 논의돼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이와 함께 통일헌법은 논의돼더라도 이와 관련된 자료가 공개된 가운데 투명하게 진행, 국민적 공감이 형성돼야 할 것임을 지적한다. 또 만약 헌법을 개정할지라도 그 대상은 현재의 대통령 임기, 정계개편 등 정치현안에 관련된 사항은 제외하고 통일후 민족 통합에 관련된 문제에 국한시키는 것이 필요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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