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군 상사로부터 성희롱 당했다",-의문사 박춘희씨 남편 주장-

지난해 8월 미국 출장길에 의문사한 주한 미군무원 박춘희(여.36)씨가 그동안 직장 상사인 미군으로부터 성희롱에 시달렸음을 보여주는 e메일을 박씨의 남편 남학호(대구시 수성구 수성1가)씨가 공개, 박씨 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현재 아내의 의문사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하며 미국에 출장중인 남씨는 9일 본사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98년부터 아내가 직장 상사인 샌드리스 맨으로부터 여러차례 성과 관련된 내용의 e-메일을 담은 디스켓을 발견했다"며 "아내의 죽음과 상당한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씨는 또 "디스켓을 발견하고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4일까지 주한 미군 제20지원단과 미군범죄수사대(CID)에 이 사실을 10차례 알리고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며 "따라서 직장 성범죄 관리소홀 책임으로 주한 미8군 사령관을 한국 법정에 고발할 계획에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8년 12월 15일 샌드리스 맨이 박씨에게 보낸 e-mail에는 '오늘 네가 무척 보고 싶었다' '어제 밤 네 꿈을 또 꿨는데 부츠를 닦는 모습이 나를 정말 흥분시켰다' '오늘 밤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있으면 내가 아무도 몰래 찾아 가겠다'는 등 박씨를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남씨는 오는 11일 미 연방 하원의원에서 열리는 '이민법 문제 기자회견'에서 워싱턴 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이 사실을 폭로하고 백악관과 의사당앞에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인 뒤, 15일 귀국해 고소장을 한국 법원에 접수시킬 예정이다.

남씨는 이와 함께 미군 골프장 회원권을 규정 이상으로 남발한 부대장의 비리가 당시 제20지원단 예산분석가였던 아내의 죽음과 관련돼 있다고주장하고, 아내가 지난 99년 초 샌드리스 맨으로부터 받은 e-메일을 미군 감찰기관에 신고했으나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점과 맨이 출장명령을 내린 후 아내보다 먼저 미국에 와서 기다리고 있던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따라서 남씨는 "아내의 죽음을 사고사로 결론지은 미국 버지니아주 경찰의 부검 결과에 대해 절대 승복할 수 없다"며 "미국인 변호사를 선임해 아내를 태운 택시회사와 경찰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씨는 "미군범죄수사대(CID) 관계자들이 이 사건에 대해 지겹다며 빨리 종결짓자고 한다"며 "우리나라 언론과 김대통령께서도 관심을 갖고 사건해결에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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