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심한 '청년 백수들'

박모(29.대구시 동구)씨는 전문대학을 졸업한 뒤 4년 반째 '백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박씨는 '전자과' 출신이지만 일이 힘든데다 대부분 시골에 있는 '공장'이싫어 공무원을 꿈꾸고 있다. 한때 경기도내 전자제품 업체에 취직도 했었지만 6개월만에 그만뒀다. 서울에서 출퇴근이 너무 먼데다 대구와도 너무 떨어져 있어답답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넘쳐나는 청년 실업자들이 이른바 3D 업종 기피에다 최근에는 통근거리(distant)를 취업조건으로 따지며 놀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같은 4D 경향 때문에 취업알선기관을 찾는 청년 실업자는 줄지 않는 반면 대구근교의 고령·성주 등에 위치한 제조업체를 비롯 대구 외곽인 달성·성서공단 일부업체까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인력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6월말 현재 구직신청 5천960명 가운데 79.2%인 4천725명이 29세 이하일 정도로 청년 실업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취업자는 1천247명(27.2%)에 불과, 각 기업들이 인력은행에 접수시킨 20대 구인 2천468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신세대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4D 기피현상 때문이라고 인력은행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달성상공회의소가 달성공단과 경북 성주·고령 등 구인을 희망하는 800여개 업체의 신청을 받아 취업 희망자와 연결시킨 결과, 대다수가 통근거리가 멀다는 이유를 대고 취업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달성상공회의소 조사팀 서효출(35)대리는 "성주와 고령 등에 200여개 업체가 있지만 취업 알선을 해도 구직자들이 멀다고 꺼리는 바람에 이 지역업체들에 대한 취업알선업무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성주 개진공단 한 섬유업체 관리담당자는 "학력이 높을수록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도심에서 떨어진 제조업체의 관리직이나 연구직은 대구에 따로 사무실을 따로 열어야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전통적인 3D업종 취업기피 현상도 여전히 심해, 대구시 북구 3공단 업체들은 구청 취업정보센터의 도움을 얻어 어렵게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실정이다.

대구시내 한 구청 취업정보센터 관계자는 "실업자들에게 '이 직장에서 한번만 일해보라'고 설득하는 일이 주 업무가 될만큼 요즘 실업자들은요구조건이 까다롭다"며 "일하면서 기회를 모색하는 노력보다는 놀면서 기회를 마냥 기다리는 그릇된 풍조가 퍼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현실을 바로보는 "이라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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