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 투자자들의 사이버 거래 비중은 각국 증시 가운데 가장 높다. 5월말 현재 온라인 거래 비중은 전체 주식거래 건수의 67.4%에 이른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온라인 고객 확보 경쟁도 날로 가열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수수료 경쟁을 벌여 왔지만 지금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경쟁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다. HTS란 인터넷을 통해 집이나 사무실에서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전용 프로그램을 말한다.
◆현황
HTS의 성능은 증권사의 시장 점유율과 직결된다. 이 때문에 증권사마다 경쟁적으로 막강한 성능을 자랑하는 새로운 HTS프로그램을 개발해 속속 내놓고 있다.
한국 증권사의 HTS는 외국에서도 이름이 높다. 증시 선진국인 미국 증권사의 것보다 월등하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평가. 일부 증권사의 경우 시스템 전체에 대한 수출 상담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LG투자증권은 지난 4월 HTS 'ifLG트레이딩'을 내놓았다. 매매 타이밍 통보, 차트 주문, 조건지정주문, 주식 복수 주문 등 다양한 부가기능을 탑재한 새로운 HTS를 내놓은 결과 이 증권사는 6월 약정고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삼성증권도 기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삼성fn Pro'를 지난달 1일 내놓았다. 다양한 투자정보 제공, 시스템트레이딩 등 강력한 기능을 지닌 '삼성 fn Pro'는 인터넷 증권거래 시스템 평가회사인 '스톡피아'가 최근 실시한 2/4분기 증권사의 인터넷 트레이딩 시스템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HTS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던 대신증권도 1위 탈환을 위해 '사이보스 2002'를 최근 내놓았다. 전문가용 손절매 기능은 물론이고 일괄매매, 주문체결 자동통보 기능 등 인공지능형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키움닷컴(영웅문), SK증권(프라이든라인), 동원증권(초이스업그레이드), 굿모닝증권(굿아이넷 2001) 등 중소형 증권사들도 올들어 새로운 버전의 강력한 HTS를 잇따라 출시, 온라인 고객 확보 경쟁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증권사의 출혈 경쟁
그러나 증권사들이 좋아서 HTS 경쟁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HTS 개발.유지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프로그램 개발비만 수십억~수백억원. 전산 설비를 운영하는데에도 프로그램 개발비와 비슷한 수준의 비용이 매년 추가로 들어간다. 연간 순익보다 많은 비용을 전산 설비에 쏟아붓는 중소형 증권사도 있다.
증권사의 과당 경쟁에 따라 업계 전체의 올해 전산 비용은 연간 8천5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향후 보안체계 강화, 백업시스템 구축 등을 회사별로 구축할 경우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모 증권사의 한 임원은 "증권사마다 죽기살기로 전산시스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투자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수수료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오프라인(객장)고객들이 HTS 성능 향상에 따라 수수료가 저렴한 온라인(사이버 거래)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가속화된다는 점도 'HTS경쟁의 딜레마'다. 다른 증권회사 임원은 "HTS에 투자를 많이 할수록 증권사의 수익성은 떨어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한번 익숙해진 컴퓨터 프로그램은 웬만해서는 바꾸기 힘들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면서 새로운 매매기법 적용과 신속한 투자정보의 입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낙후된 HTS를 고집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HTS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수수료가 싸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의 안정성과 HTS의 성능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시스템 폭주를 견디지 못해 주문.체결이 지연될 경우 큰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증권사의 서버 용량이 넉넉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나스닥선물지수 등 해외지표 등 각종 투자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되는지, 원하는 매매 종목을 실시간으로 검색하는 기능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어느 정도 주식공부를 많이 한 투자자라면 증권사 측이 제공한 기본 차트상의 보조지표 수치를 재조정해 새로운 차트를 꾸밀 수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두개 이상의 HTS를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종목 검색 및 투자정보 획득은 HTS 성능이 우수한 증권사의 것을 이용하되 실제 매매는 서버용량이 크고 수수료가 싼 증권사를 통해 하는 것이다. 실제로 중급 이상의 투자자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김해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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