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경화 일본, 한목소리로 '규탄'

한.일관계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지난 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방문때 「21세기 새로운 파트너십 선언」으로 마련된 「미래지향적 관계'가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문제의 해결이 난망해지고 남쿠릴열도 주변 수역에서의 꽁치잡이 문제로 균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역사교과서 왜곡=예상대로 9일 우리 정부에 공식 전달된 일본정부의 교과서 수정검토안이 우리정부의 요구를 사실상 묵살한 것으로 확인되자 우리 정부내의 분위기는 경악과 분노로 가득했다.

일본 정부의 수정검토안은 우리 정부가 요구한 35개 항목 가운데 2곳만 수정한다는 것이고 그것도 군대위안부 문제 등 핵심적인 근.현대사 관련 부분은 모두 제외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실망과 유감을 금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식 항의성명을 내고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한승수 외교부장관은 이날 오전 일본 정부의 공식검토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정부청사를 찾은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 주한 일본대사에게 강도높은 항의와 우리 정부의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간사장 등 일본연립 여3당 간사장과의 면담 자리에서도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우리정부의 항의와 유감 표명에도 불구하고 재수정은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최종 수정은 일본내 각 학교가 교과서를 선정하는 내달 15일까지 약 한달간의 시간이남아있지만 현재 일본사회의 보수화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처지로 보아 설사 수정이 이뤄지더라도 「생색내기」에 그칠 것이 확실하다는 분석이다.

▲꽁치잡이 문제=우리 정부가 남쿠릴열도 주변수역에서 우리 어선의 조업을 러시아 정부와 합의한데 대해 일본 정부가 이 수역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는 이 문제는 양국간 현실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양국 정부는 지난 2일과 7일 두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으나 상호 입장차이만 확인했을 뿐이다.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일본측이 대체어장 제공 등 우리의 요구를 일본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예정대로 오는 15일부터 이 수역에서의 조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고 이에 대해 일본정부는 어선 나포등 강경대응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정부의 대응=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본 연립 여3당 간사장의 김대중 대통령 예방 거부를시작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오는 2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일 외무장관 회담 및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일본 외상의 방한초청 거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오는 11월 시작되는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 일정의 무기 연기도 함께 고려중이다.

이같은 직접적인 대응 이외에 중국, 북한 등과 함께 일본의 부도덕성을 국제사회에 집중 환기시킴으로서 일본의 국제적 위상에 손상을 입히는 방안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은 현재 일본의 정치상황을 고려할 때 양보하면 할수록 밀린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정부내에서는 당분간 일본과의 외교마찰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양상이다.

▲정치권=첨예한 대치 국면을 보이는 정치권도 대일문제에서는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모임 소속 여야의원들은 8일 "일본 역사왜곡교과서에 대한 우리 정부의35개항 수정요구에 일본 정부는 사실상 수정거부 결정을 내렸다"면서 정부의 강도높은 대응을 촉구했다.

민족정기모임은 "더이상 일본 내부의 자성에 의한 해결을 기대할 여지는 남아있지 않으며, 관련국의 강력한 행동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고 강조했다.

모임은 "정부는 추가 문화개방 연기, 고위당국자 교류중단, 주한일본대사 추방, 주일한국대사관 철수, 한일기본조약 개정, 일본상품 불매운동 등 강력한 압력행사에 나서야 한다"며 국교단절에 해당하는 초강경조치를 촉구했다.

이날 성명은 모임 소속 여야의원 25명이 서명했고, 회장인 민주당 김희선 의원과 자민련 배기선 의원이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