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조선시대 포도청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전문 포도기관은 없다. 1829년에야 제복을 입고 칼을 찬 근대식 경찰인 파리경찰청과 런던경찰청이 생긴데 비해, 포도청은 그보다 300년 이전인 1500년대에 이미 설치되었다는 것이 기정사실이다.조선사회사 총서로 출간된 '너희가 포도청을 아느냐'(가람기획 펴냄)는 포도청을 통해 조선시대 사회상을 들여다 본 책이다. 저자는 허남오 부산지방병무청장. 저자는 이 책에서 포도청이 단순히 범죄자를 잡는 기관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 포도청이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식의 고문기관이 아니었고, 포졸은 악덕 형리가 아니었음을 사료를 근거로 반박하면서 이런 이미지가 일제 강점기 '순사'에서 비롯됐음을 밝힌다.
조선조 최대의 포도청 습격사건과 같은 실화와 법전, 실록, 포도청 등록 등의 문헌을 검토하는 등 고증을 거쳤다. 저자는 당시 기록을 토대로 포도청의 일과를 재구성해 소개했다.
'기찰에는 변언이라는 수사 은어를 사용했다. 밤이 되면 포교가 포졸에게 암호를 지시하고 각 동리의 으슥한 곳에 잠복시켰다. 포교를 민간에서는 나그네라고 불렀는데, 이 나그네는 포졸에게 암호를 주었다. 잡을 사람이 김가면 개비쇠, 이가면 화초쇠다. 포교는 암등을 길게 늘어뜨려 거의 땅에 닿게 하고, 쇠털을 댄 미투리를 신고 발소리가 나지 않게 다녔다. 또 소매 속에는 쇠도리깨를 숨기고 순찰했다…'
아울러 조선시대 후기로 접어들면서 사전(私錢) 주조, 인삼 밀매, 밀무역, 밀도살 등 범죄가 보다 다양해지는 현상을 당시 수사기록을 통해 조명했다. 한편 권력이 미분화된 상황에서 타 기관으로부터 받는 멸시, 세도가나 양반 등 신분적 제약으로 인한 비애, 부패한 포졸로 인해 백성들로부터 받는 비난 등 포도청의 어두운 면도 담았다. 조선 유교사회가 안정을 추구한 사회였고, 포도청의 존재 의미가 바로 사회안정에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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