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황이기고 도약하는 기업들-(1)단품 브랜드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일로에 있지만 야무지게 속을 다지며 시장을 확대해가는 지역업체들이 있다. 이들 업체는 차별화 마케팅을 통한 시장 개척, 사후 서비스 강화, 끊임없는 신제품 개발 등으로 '변해야 산다'는 것을 스스로 실천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유통, 섬유, 기계 등 지역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도약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업체들의 불황 극복 현황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해외 및 국내 유명 브랜드가 독식하다시피하는 백화점에서 지역 브랜드로 당당하게 경쟁하는 단품(單品). 단품 브랜드로 연간 5억~7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는 이미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백, 동아 등 지역 백화점에는 유명 브랜드와 어깨를 겨룰 단품들이 있다.

이들 상품은 '고품질, 합리적 가격'을 슬로건으로 실속을 따지는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인기상품 반열에 오를 채비를 갖추고 있다.

▼…바지 전문브랜드 아셈은 97년 대구백화점에 입점해 연간 6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아셈은 바지만을 취급함으로써 전문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지 하나로 전체 의상을 코디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선택의 폭이 매우 넓은 특징을 갖고 있다.

아셈은 그때 그때 유행을 현장에서 파악해 신속하게 제품화하기 때문에 항상 새롭다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 또 지역내 생산시설을 갖춰 제품의 품절이나 추가 주문시 생산, 입고, 판매 전과정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차별화한 소재와 절제된 색이 아셈의 멋이라면 골프, 캐주얼, 정장 어느 용도로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것은 아셈의 실용성을 대변한다. 제품의 95% 이상이 손빨래가 가능해 활동이 많은 중년층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해가고 있다. 연중 '노세일' 마케팅을 추구하는 것도 지역 브랜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아셈의 강점이다.

▼…칸타빌레는 95년 대구백화점에 입점한 고감도 미시 캐주얼로 연간 7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여성 브랜드다.

대기업 유명 의류 브랜드가 주도하는 백화점에서 단품이 살아남기는 힘들다는 게 보통의 생각. 그러나 칸타빌레는 정해진 사이즈를 파괴하고 맞춤복처럼 다양한 사이즈를 구비해 브랜드 파워를 키워가고 있다.

칸타빌레의 '사이즈'전략은 디자인에만 주력했던 유명 브랜드의 틈새를 파고들어 어느새 인기브랜드 반열에 올라서 있다. 대구백화점 최영대 팀장은 "칸타빌레는 20~30대 여성고객을 주로 공략하면서도 유명 브랜드와의 비교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품질의 우수성을 갖고 있다"며 "고급 고객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아이위시는 동아백화점에서만 연 6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단품이다. 니꼴, 유레카, 쌈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브랜드에 비해 품질은 떨어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절반 수준인 피혁 제품.

고급 소가죽 원단을 꼼꼼하게 마감질하는 아이위시는 실용성을 크게 따지는 까다로운 미시들을 사로잡고 있다. 유명 회사가 브랜드 관리를 위해 상당한 광고비를 쓰는 것과 달리 품질로 승부를 거는 아이위시의 독특한 마케팅 전략은 가격에 거품을 뺐다는 평을 얻고 있다. 고품질 제품이 2만~5만원대의 합리적 가격이라는 게 백화점 관계자들의 설명.

아이위시는 알뜰 고객들의 입소문에만 기대지 않고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달 중순 인터넷 사이트 야후와 주부닷컴 등과 제휴해 본격적으로 사이버 쇼핑몰에 진출할 계획이다.

▼…'간단한 디자인으로 돋보이기란 쉽지 않다'.

밸리드는 화려한 치장보다는 선 하나만으로 여성의 곡선미를 최대한 살리는 여성 브랜드다. 특히 한국여성 특유의 체형을 살리면서 우아함을 돋보이게 불필요한 장식을 자제한 것은 밸리드의 특징.

밸리드는 단추 하나도 정성스럽게 마무리해 값싼 단품의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 고객 의견을 현장에서 수렴해 곧바로 제품을 개발할 만큼 시장반응에 민감한 업체로 정평이 나 있다. 맞춤복처럼 편안하면서도 해외 유명 브랜드에서나 맛볼 수 있는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밸리드 매니아들의 공통된 평가. 동아백화점 한켠에 자리잡고도 연간 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비결도 여기에 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전계완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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