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종필(JP) 명예총재가 9일 일본 연립 여당 간사장 3명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초강경 발언으로 질타해 주목을 끌었다. 평소 알듯말듯 한 발언으로 해석의 여지를 남기기를 즐겼던 점과 그가 정치권 제일의 '지일파'라는 점을 감안할 때 퍽 이례적인 것으로 비쳤다.
김 명예총재는 한일의원연맹 한국측 회장자격으로 이날 낮 서울 롯데호텔에서 방한중인 이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일본의 앞날을 짊어지고 갈 아이들에게 교과서를 수정하지 않고 이대로 교육을 시킨다면 한일 양국의 선린우호관계에 금이 가지 않을까 크게 걱정된다"는 우려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특히 "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이 다시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으나 20년도 채 지나지 않아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며 "우리 국민 중에 동북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고 일본의 군비증강 문제를 거론했다.
변웅전 대변인은 JP의 이 발언 대목과 관련, "일본이 재침략 의도가 없다면 교과서를 수정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들렸다"며 "이 발언후 오찬장에 긴장감이 돌았으며 (JP가) 오찬내내 매우 준엄하고 노기띤 표정으로 발언해 무겁고 긴장된 분위기가 계속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JP는 이어 남쿠릴열도 꽁치조업 분쟁과 관련, "쿠릴열도는 2차 세계대전 후 러시아 영토가 됐다"며 "우리나라로선 조업문제를 러시아와 협의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현역 (일본)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평화헌법을 고치려 하고 있다"며 신사참배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또 "(교과서를) 꼭 수정하라. 한일 양국이 극도로 대립해선 안된다. 지구가 존속하는 한 근린우호국가임을 확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오찬에 앞서 기자들에게도 "일본이 국정교과서가 없으니까 책임이 아니다라는 식의 변명은 말도 안된다"며 일본 정부에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일본이 신속히 재수정, 오는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수뇌가 만나기를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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