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장엽씨 방미' 공방전

사생결단식의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여야가 황장엽씨의 방미 문제에 대해서도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정체성 시비로까지 비화시키려는 전략이고 민주당은 저급한 정치공세라며 대응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9일 황씨 방미 논란의 확대를 적극 모색했다. 이회창 총재는 이날 총재단회의에서 황씨 방미 성사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마련을 주문했고 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들은 국정원을 방문, 황씨 면담을 추진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이같은 공세는 여야 전면대치 구도에서 황씨 방미 문제를 다목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언론세무조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용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김기배 사무총장은 "햇볕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번 방미 논란을 국가 정체성 문제로까지 연결짓는 등 공세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총재단도 공동성명에서 "황씨를 비롯, 목숨을 걸고 사선을 넘은 탈북자들의 자유를 부인하고 억압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도덕적 기반은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9일 한나라당에 대해 황장엽씨 방미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전용학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황씨의 신변안전 문제 등에 대한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황씨의 방미에 집착하는 것은 황씨를 자신들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이용하겠다는 저의를 드러낸 것으로 민족의 앞날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당리당략의 계산만 앞세운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황씨를 초청한 주체는 '개인자격'의 미국 공화당 일부 의원과 민간단체인 '디펜스 포럼'이고 서울에 온 인사들도 미정부의 '특사'가 아닌 보좌관 신분이었는데도 마치 미국정부가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황씨의 미국내 신변보호 문제에 대해서도 미 국무부가 어떠한 구체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반박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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