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합데스크-김위원장 몸값 올리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국가지도자로선 국제무대서 결코 후한 점수를 못얻는다. 경제난으로 수십만명이 굶어 죽는데도 군비를 증강하고 있을 뿐아니라 적법한 절차도 없이 인민을 처형하는 반인륜적 일당독재체제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런 김 위원장의 몸값이 국내외서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미국의 부시정부가 출범초 중단했던 북한과의 대화를 장기간의 재검토 끝에 재개를 선언했지만 북한은 오히려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영변핵발전소 건설지연에 따른 배상을 요구하며 공식적인 답변을 미룬채 대화재개에 소극적이다. 북·미관계는 이제 거꾸로 대북 강경파인 아미티지 국무부부장관이 파월 미국무와 백남순 북한외무상의 회담을 위해 북한이 최근 실시한 장거리미사일 엔진실험은 문제가 안된다고 유화 제스처를 보낼 정도로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스웨덴을 비롯한 EU국가들의 김 위원장 몸값올리기도 심상찮아 보인다. EU국가 15개국중 프랑스를 제외한 14개국이 최근 1, 2년사이 북한과 수교를 맺고 각종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EU국가들이 북한과 수교를 해 당장 어떤 실리가 있을지 의아스럽지만 팍스아메리카나에 대한 반감때문인지 EU권의 위상을 한반도서 자랑이라도 하듯 열성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걱정이 되고 한심스런 것은 남한 정치권의 김정일 위원장 몸값 올리기 경쟁이다.

여·야는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 여부가 국가의 최우선과제나 되는 양 정치쟁점의 핵심사안으로 떠 올리며 국민여론과 지식인 사회를 양갈래로 분열시키고 있다.

야권은 정부당국의 언론세무조사와 고발을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때 여권이 정권재창출을 위한 모종의 초헌법적 선언을 하게 되는데, 이때 언론의 비판을 막기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주장하며 김 위원장 답방 발목잡기에 당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반면 여권은 야권의 주장을 대통령병에 걸린 야당의 여론 조작술책 이라며 일축하고 김 위원장의 답방성사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여권은 대통령이 두번씩이나 방북을 애걸(?)해도 속시원한 답신이 없자 중단위기의 금강산 관광사업에 관광공사를 참여시켜 밀린 입산료를 북한에 보내는 한편 육로관광사업을 새로 만들어 금강산 관광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여·야 주장의 진위가 어떻든 간에 현정치권의 김 위원장 몸값 올리기는 정상적인 남북관계의 진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 아니라 남한을 극도의 혼란속에 빠지게 할 것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도사리고 있다.

정치권은 벌써 총풍사건이 언론에 공개됐을 때의 국민들의 분노를 잊었는가. 국민들은 너나 없이 북한이 남한의 장래를 좌지우지할 뻔하지 않았느냐고 탄식했었다.국민들은 현재 정치권의 김 위원장 몸값 올리기 진흙탕 싸움이 내년 대선에 김 위원장의 개입 가능성을 현실화시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더구나 벼랑끝 외교에 이골이 난 김 위원장이 이를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고, 남한의 여야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안하리란 보장도 없다.

통일조국의 건설은 민족의 항구적 평화와 번영을 전제로 설계되고 추진돼야지 어느 한 집단이나 정권의 욕심에 따라 서두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 정부가 설사 정권차원의 사욕없이 김 위원장의 답방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정치쟁점으로 부상하고, 국민들을 불안케하는 이상 김 위원장의 답방은 대선이후로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효과도 남북통일에 중요한 것이긴 하나 김 위원장이 연내 답방을 강요하고 있지 않다면 남북관계는 대화재개만으로도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성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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