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보고-농촌 지금은...

광우병.구제역 파동, 가뭄, 호주 소 수입, 중국산 마늘 수입 등 지난 봄부터는 우리 농업에 너무도 심각한 문제들이 잇따랐다. 폭풍은 지나가고 이제 여름. 지금은 상황이 어떤지 정리해 보자.

◇가뭄 피해 담배=경북 북부지역 농민들의 주소득원인 잎담배. 한달 전만 하더라도 50% 이상 감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그러나 피해를 상당폭 만회, 수확 단계에서 보는 감수량은 20∼30%. 뒤늦게 비가 온 후 급속히 자랐기 때문. 봉화 엽연초 생산조합 박원우(53) 생산과장은 "담배는 '3일 식물'로 불릴 정도로 수분만 좋으면 하루에도 10cm 이상 자란다"고 했다. 그러나 급생육으로 잎이 얇아지고 병해에 취약, 수확량 감소, 감자 바이러스 피해, 품질저하 등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봉화 봉성면 금봉리 김복수(49)씨는 "이웃 10여평 감자밭 때문에 2천여평 담배밭의 40% 이상이 병해를 입었다"고 했고, 법전면 눌산리 김민호(33)씨는 "감자 바이러스 피해 때문에 티격태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영주 장수면 소룡3리 윤기현(61)씨는 "동네 10여 농가 담배밭 2만여평 중 20∼30%가 감자 바이러스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봉화 엽연초조합(봉화.영주 관할) 이재국(44) 조합장은 "전체 담배밭 975ha 중 200ha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수확이 15∼20일 정도 늦어지고 있다. 영주 장수면 보문3리 장현식(58)씨는 "올해는 아직 첫수확도 못했지만 작년 같으면 이미 하엽 중엽을 2차례 정도나 수확했었다"고 했다. 봉화조합 김수진(37) 기사도 "올해는 아직 첫 수확 농가조차 5%가 안될 정도"라고 했다. 가뭄으로 성장이 늦어진데다 뒤늦게 겉자랐기 때문.

◇벼.참깨.고추=가뭄으로 고생하다 뒤늦게 고온다습한 날씨가 지속되자 역병.잎마름병 등 각종 병충해 피해가 또 덮치고 있다. 예천 경우 그런 피해가 갈수록 늘고 있고, 사과 대목에도 겹무늬.썩음병 등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벼에도 풍양면 등 남부지역에선 도열병이 발생, '군수 특별 병충해 방제령'이 내려질 정도. 경남에선 지대가 높은 거창.함양.합천 등 5개 시.군의 다산벼.동안벼에서 이미 잎도열병이 확인됐다. 농림부는 9일 전국에 잎도열병 발생경보를 발령했다.

◇의성 마늘 생산비 시비=중국 마늘 수입 폭풍을 이기고 10여일 뒤면 본격 출하기에 접어 든다. 지금은 값이 많이 회복된 상태. 그러나 최근엔 생산비 계산을 놓고 정부와 농민들 사이에 이견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농민들은 그래도 적자라 하고 작년에 각자 나름대로 산정한 생산비 사이에는 큰 차가 있다. 의성군청은 한 마지기(200평) 당 156만6천원이 든다고 하고, 600kg이 생산되니 kg당 생산비는 2천610원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농민측의 마늘대책위는 토지자본 이자분 42만6천660원을 추가해 마지기당 199만1천695원 드는 반면 마지기당 550kg밖에 나지 않는다고 봐 kg당 생산비를 3천621원으로 산출했다. kg당 1천원이나 차이 나는 것.

그런데 현재 형성 중인 가격대는 kg당 2천700원선. 정부에서 보면 "최소 생산비는 넘어 섰다"는 쪽이나, 농민들은 "아무래도 생산비조차 안된다"는 쪽이다. 의성 마늘대책위 강병주 집행위원장은 "kg당 4천원선은 돼야 생산 의욕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더욱이 대책위 김선환 공동대표(의성농민회장)는 "최상품이 접당 1만8천원 정도 한다지만, 그런 것은 전체 생산량의 20% 내외에 불과하다"고 했다.

제대로 된 마늘값은 오는 20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의성마늘 판매촉진대회 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송아지 들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농민들이 이 문제로 갈등하고 있다.

농림부는 한우 마릿수가 5년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증가세로 돌아 섰다고 최근 발표했었다. 비관적이던 농가들이 정부의 한우 지원 종합대책(4월16일) 및 수입자유화에도 불구하고 튼튼해진 소값 안정세에 고무돼 사육 의욕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는 자체 분석도 곁들여졌다.

그러나 축산 관계자들의 상황 인식은 다르다. 송아지 값이 6년만의 최고인 180만원대까지 치솟아, 키운 뒤 최소한 마리(500kg) 당 30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 입식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하지만 그런 가격대는 명절 특수기에나 어쩌다 형성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안동황우촌 황화섭 회장은 "정부가 제시한 적정 송아지 값도 120만원 아니냐?"고 되묻고, "소규모 사육농 입식 적기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봉화 법전면 김진혁(56)씨는 "주업이던 소 사육을 중단한지 일년이 넘었다"며, "정부의 책임있고 일관된 사육 정보 전달이 이쉽다"고 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영주.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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