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군위 화북댐 논란

올해는 물 문제로 경북지역이 홍역을 겪고 있는 중이다. 가뭄이 큰 피해를 내더니 청정지역 확대와 낙동강 특별법이 또 문제됐고, 이번엔 댐 건설 계획이 곳곳에서 문제되고 있다.

◇댐 추가 건설 계획=경북지역에 추가로 댐을 만드느니 안되느니 한 것은 벌써 15년도 더 된 논란거리. 그러던 중 지난 가뭄을 겪은 뒤 지난달 12일 건설 계획이 다시 불쑥 튀어 나왔다.

9일 반대시위가 벌어진 군위 화북댐 경우 본격적으로 건설이 추진된 것은 1994년 쯤이었다. 이곳은 대구에서 접근하자면 영천 은해사, 거조암 등을 거쳐 20여km 가면 나오는 '삼국유사'의 산실 인각사가 있는 고로면 화북리이다. 그 중심으로 위천이 흐르고 조금 상류에 학성리, 더 상류에 양지리가 있고, 화북리에서 더 하류로 내려가 화수리가 있다.

1994년 당시엔 군청이 양지리에 200만t 크기의 식수 전용댐을 건설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그 때 농림부는 학성리에 더 큰 2천만t 크기의 중규모 용수댐을, 건교부는 화수리에 3천100만t 규모의 다목적댐 건설을 계획했다.

이같이 제각각 댐을 만들겠다고 나서자 중앙부처들이 협의, 1999년에 화북댐을 건설키로 일방적으로 결정해 군청에 통보했다. 본격적인 갈등은 이때부터 시작됐다.건교부 계획은 화북리에1천900억원을 들여 4천800만t 규모의 다목적 댐을 건설한다는 것. 그리고는 경산 7만3천700t, 의성 7천500t, 군위 1만8천800t 등 하루 10만t의 물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인 것. 3천800만t인 성주댐을 상상하면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번 가뭄 때도 경험했듯, 물 부족 대책 마련이 시급해 댐 건설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화북댐 건설 계획을 주민 공청회에 붙인 뒤 금년 중에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군청.주민들의 생각=군청은 "지역에서 모인 물이니 지역 실정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적절한 크기의 댐을 만들어 스스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중앙부처에 여러 번 건의문을 제출한 바 있다. 만약 건교부가 만들어 수자원공사가 관리하게 되면 군위지역은 수질개선 의무 등 규제만 강화될 뿐이어서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각종 기관단체장과 주민대표 등 30여명은 지난달 건설계획 발표 직후 긴급 모임을 갖고 대응책 모색에 나섰다. 반대추진위를 결성해 장도환(68, 군위읍 대북리)씨를 위원장으로 선출했으며, 3천만원의 활동기금 모금 및 전군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댐 건설을 위한 허황된 여론을 만들지 말고 내년 농사에 대비해 중대형 농업용 저수지와 식수전용 저수지를 만들고, 방치해 둔 저수지들 관리에나 주력하라"고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9일 궐기대회=학성리 하천변에서 열린 궐기대회에서 나온 주장들도 비슷했다. 대회장에는 "댐이 건설되면 군민이 다 죽는다" "도시인 살리려고 농민을 죽인다니" "목숨 걸고 고향을 지키자" 등등의 대형 현수막과 플래카드.피킷이 물결을 이뤘고, 주부 농악대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마을 청년들은 화물차로 주민들을 태워 날랐고, 지팡이에 의지한 80대 노인들도 상당수 참가했다. 전기섭(81.가암1리) 할아버지는 "평생 살아 온 이곳을 버리고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눈물을 글썽였다. 서운택(67, 군위읍 금구리)씨는 "우리 땅에 댐 막아 물의 80%나 남 줘 좋은 일 시킬 수 있느냐"고 했고, 최말이(48.여.화북2리)씨는 "매년 1천500만원이나 올리던 송이버섯은 어쩌느냐"고 했다. 멀리 부계면에서 참가한 홍춘옥(51.여.대율리)씨는 "댐이 서면 안개가 잦아 농작물도 안되고 건강에도 해롭다 할 뿐 아니라 우리 동네에 만들려던 식수댐 조차 물거품 된다"고 했다.

지역 연대를 내세우며 낙동강유역 댐 반대 추진위 김석봉(46.진주) 집행위원장도 참가해 목청을 돋웠으며, 박영언 군수 역시 "누구 마음대로 댐 건설을 확정한단 말인가"고 분개해 했다.

군위.정창구기자 jc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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