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투자는 그 회임 기간이 길기 때문에 정치논리나 경제논리로는 뒷전으로 밀리나기 십상이다. 구체적인 성과가 느리게 나타나고, 그 성과도 확연하게 눈이 띄지 않으므로 더욱 그럴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삶의 진정한 인프라라 할 수 있는 문화가 살기 어렵다고 해서 변두리나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상은 경계해야만 한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경제는 '몸통'이고, 문화는 그 속에 깃들이는 '정신'이지 '깃털'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는 문화 콘텐츠를 가지고 국가 경쟁력을 겨루는 '문화전쟁의 세기'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지금 이 새로운 세기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는가. 문화·예술의 특수성·창의성·자율성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는데도 획일적인 경제논리에 의해 또다시 얼어붙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문화 예산 1%' 정책이 뿌리째 흔들리까 걱정된다.
◈정부가 내년도 문화 예산의 대폭 삭감을 추진, 현 정부가 내걸었던 '전체 예산 중 문화 예산 1%'의 정책 기조가 무너질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유감이다. 문화부의 내년도 예산 요구액은 1조6천억원이지만 기획예산처의 1차 심의 대로 추진될 경우 내년에는 올해 예산(1조450억원)보다 줄어들고, 정부 예산의 1%에도 크게 못미치게 된다. 문화계가 문화 정책의 퇴보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로 보인다.
◈더구나 삭감 대상이 지방의 문화원 육성 지원비, 문화회관 건립비, 공공도서관 자료 구입비, 지역문화 특성사업 지원비 등과 문화 콘텐츠 확장에 관한 것이어서 '문화의 시대' '지방화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는 정부가 올해를 '지역 문화의 해'로 정해 열악한 지방의 문화 여건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와는 '거꾸로 가기'이며, 내년부터는 지방 문화를 다시 내팽개치겠다는 의미로밖에 풀이할 수 없게 한다.
◈한 나라의 문화는 그 나라의 지방 문화가 모여서 형성되며, 지방 문화가 융성해야 나라의 문화가 찬연하게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방 문화가 '변두리 문화'라는 개념이 아니라는 인식의 바탕 위에서 진정한 의미의 정체성과 새로운 전기를 일으켜 세울 수 있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왜소화·음지화를 벗지 못하고 있는 지방 문화의 여건을 더욱 악화시켜 대도시와의 격차를 심화시키겠다는 소린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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