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섭씨 32.9도까지 치솟은 9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ㅂ노인정. 방 하나에 할머니 10여명이 더위에 지쳐 낮잠을 청하고 있었다. 4년전 설치한 에어컨 1대와 선풍기가 2대가 있는데도 선풍기 한대로 무더위를 견디고 있었다. 이 노인정은 누진제 시행후 전기료 부담 때문에 올 여름에는 에어컨을 한번도 틀지 않았다. 한 할머니는 "에어컨 사용은 전기료가 무서워 엄두도 못낸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북구 침산3동 경로당. 지난해 경로당 회원 100여명이 매달 회비 2천원을 내 에어컨 2대를 마련, 시원한 여름을 보냈지만 올해엔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에 역시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올 들어 에어컨은 기온이 33도가 넘는 날 오후 한시간 정도 켠 게 서너번 있을 뿐이다.
전기요금 누진제 시행 이후 복지시설들이 울상이다. 난방비와 달리 냉방비는 정부지원이 없는데다 후원금마저 뜸한 상황에서 누진제로 올 여름 전기료가 지난해 보다 크게 많아질 것이란 걱정 때문. 이에 따라 회비, 후원금 등으로 마련한 냉방기가 찜통 더위속에서 '무용지물'이다.
90여명의 영아들이 생활하고 있는 대구시 남구 ㅎ보육원은 지난해엔 후원을 받은 중고 에어컨 덕분에 해마다 땀띠로 고생하던 아이들이 편하게 보냈지만 올해는 3, 4번 정도 에어컨을 틀었다. 영아반 45명을 위해 올해 설치키로 한 에어컨 구입도 망설이고 있는 실정. 보육원 관계자는 "매일 나오는 아이들의 세탁물도 전기료가 부담스러워 세탁기 사용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달서구 ㅅ어린이집 관계자는 "어린이,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복지시설만큼은 전기료 누진제에서 예외로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대구지사 관계자는 "상가나 사무실처럼 일반용으로 전기료를 지불하는 복지시설은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고, 주택용으로 적용받는 복지시설도 총액을 가구수나 방수로 나눠 최저 누진요금을 적용하기 때문에 예년과 전기료가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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