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때 최면은 사기나 마술정도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뇌의 작용을 관찰할 수 있는 영상기술로 최면현상 및 치료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가 속속 밝혀지면서 의학적인 치료방법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최면은 알려진 것처럼 '의식과 신체가 마비되는 현상'또는 '전생을 기억하도록 만드는 초능력'이 아니다. 최면은 정신이 한 군데로 집중되어 있는 상태, 또는 선택적인 각성 상태, 마음이 내부로 향하는 상태 등을 의미한다.
최면치료는 흔히 수술에 비유된다. 외부를 항상 주시하고 관찰하는 의식의 장벽을 넘어 무의식의 영역으로 들어가 무의식을 수리하고, 다시 의식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환자에게 편안한 자세를 권하면서 시선이나 생각의 초점을 한 곳에 맞추도록 하면 의지를 조절하는 뇌 신경회로의 기능이 억제된다. 이렇게 되면 주변에 대한 인식은 감소하고, 환자의 생각은 의식 세계에서 완전히 멀어지는 최면상태로 들어간다. 의지력과 현실집중 등을 담당하는 뇌의 기능(전두엽)은 감소하고, 지각적 경험과 영상 및 긴장이완을 담당하는 뇌 부위(우반구 피질 및 후두엽)는 활성화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켰던 과거의 부정적 기억, 감정 들을 새롭게 인식시키고 경험시킨 뒤 이를 기억체계에 다시 등록시킨다. 최면상태에서 의식상태로 다시 돌아오게 되면 그 뒤부터는 불안 두려움 등을 일으켰던 사고나 감정이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불안, 공포,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 불면증, 히스테리성 신경증, 성기능 이상, 시험불안 등에 시달리는 사람은 최면치료가 도움이 된다. 최면은 바람직하지 못한 습관이나 중독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금연을 하는데 최면을 활용한 것은 이미 오래 되었으며 한 두번의 최면으로 담배를 끊을 수 있다. 물론 최면만으로 금연이 되는 것은 아니고 최면을 통해 자신감을 키워주면 불안한 상황에서도 담배를 찾지 않게 되는 것이다. 최면치료는 정신적인 증상뿐 아니라 통증 완화, 심폐기능개선, 호흡기 질환 등에도 도움이 된다.
모든 사람이 다 최면에 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약 90%는 최면에 걸릴 수 있는 최면감수성이 있다. 특히 환상이나 공상이 많은 초등학생들이 감수성이 훨씬 높다. 한 곳에 몰입을 잘 하고 감성적이고 히스테리적인 사람이 최면 감수성이 높으며, 분석적이고 잡생각이 많고 산만한 사람일수록 최면에 잘 걸리지 않는다.
최면은 약물치료와 달리 습관성이 생길 위험이 전혀 없다. 약물치료는 약효가 떨어지면 증세가 악화될 수 있지만 최면은 계속 훈련만 하면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면의학은 정신과 신체가 서로 연결돼 있으며 마음이 신체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그러나 최면치료는 악용될 소지도 많다. 치료과정에서 환자의 의지는 없어지고, 치료자의 의지를 받아들인 상태에 있기 때문에 치료자는 항상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안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 치료자는 환자의 권리와 요구를 존중해야 하고, 환자와 부정한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최면치료를 받을 때는 치료자가 의학적으로 훈련이 된 사람인지, 최면치료에 많은 경험이 있는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박형배교수(영남대병원 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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