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뙤약볕이 어지간히 힘을 잃어 가는 휴일 해거름녘. 밀양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밀양강 둔치 한편에서 경주용 모형 자동차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유치원 어린이들로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동호인 20∼30명이 형형색색 치장한 모형 차로 스피드와 곡예 운전을 즐긴다.
나이 차를 잊고 한데 어울려 무선조종기로 추월 경쟁을 벌이기도 하고, 트랙을 돌며 기교를 부리다 추락하기도 하는 등 모두들 흥미진진한 게임에 빠져 든다. 강변으로 산책 나왔던 구경꾼들도 금방 빠져들어 환호성이 대단하다.
밀양시청이 삼문동 밀양강 둔치에 모형자동차 경기장을 만든 것은 지난 4월. 6천만원을 들여 3천200㎡ 부지에 길이 80m, 너비 40m 크기로 조성한 것. 관리 책임자인 밀양시청 황상근(36.7급)씨는 "전국에 모형자동차 경주장은 다섯곳 정도뿐이고 특히 밀양 것은 규모가 가장 큰 데다 트랙 길이를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꾸며져 전국 동호인들로부터 각광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준공 직후이던 지난 4월28일부터 이틀간은 한국 무선조종 모형자동차협회 주최로 국가대표를 뽑는 '엔진 레이싱 한국 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전국에서 실력이 가장 쟁쟁한 100여명의 선수들만 출전, 뽑힌 5명은 다음달 호주에서 열리는 세계 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모형자동차협회 밀양지부 오성무(37) 지부장은 "밀양에만 정식회원이 30여명 활동하고 있고, 비회원까지 합하면 100여명에 달한다"고 했다. 초교생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하다는 것.
오 지부장은 "한국 선수권대회 때문에 서둘러 임시 준공하는 바람에 아직 조정판도 임시 가설돼 있는 등 시설이 미약하지만 다음달쯤 최종 완공되면 전국에서 가장 좋은 시설로 부상해 동호인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다음달엔 경남지부에서 친선게임을 펼치고, 9, 10월엔 제1회 밀양시장배 모형자동차 경주대회도 열릴 예정.
경력 15년의 베테랑이라는 윤광현(40.밀양 상남면 예림리)씨는 휴일이면 어김없이 아들 형민(7)군과 함께 경기장으로 출동한다고 했다. 그 덕분에 그냥 아버지를 따라다니기만 했던 형민군도 이젠 어엿한 모형자동차 조종사가 됐다. 윤씨는 "단순한 장난감 놀이가 아니라 끊임 없는 자기 개발, 인내심, 탐구력을 필요로 해 흠뻑 빠져들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가족 단위의 광들이 많다는 것.
밀양시청은 다음달 말쯤 모형비행기 활주로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밀양강 둔치에 길이 150m, 너비 15m 크기로 10월 말쯤 완공한다는 계획. 또 다음달 26일엔 밀양강에서 제3회 시장배 모형 보트대회도 열 예정. 이래저래 밀양강변이 유명해지고 있지만, 그 외에도 조각공원, 야외공연장, 장미공원 등이 이미 강변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밀양.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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