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표설정과 실천적 과제 정립부터,

대구는 어떠한 국제도시가 될 것인가.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와 국제섬유박람회, 2003년 하계 U대회 등 매머드급 국제행사를 앞두고 대구는 '국제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맞고 있다. 일찌기 대구에서 이처럼 대규모 국제행사가 잇따라 열리기는 처음이다.

이에따라 올들어 대구국제공항, 월드컵 경기장, 대구 전시컨벤션센터 개관 등 대규모 기반시설 조성이 연이어 이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오페라하우스 건립 등 문화시설 확충, 대형특급호텔 등 관광기반 시설 확대, 지하철 노선 연장과 확대 등 쾌적한 교통환경 조성 등 국제도시 수준에 걸맞는 인프라 조성을 더욱 확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규모의 확대와 시설조성만 이뤄지면 국제도시가 되는 듯한 맹신이 가득하다.

물론 국제도시에 걸맞는 기반시설을 갖추기 위해 대구는 아직도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제노선이 3개뿐인 말뿐인 국제공항, 턱없이 부족한 호텔시설, 불편하기 짝이 없는 교통체계 등. 비록 대구가 인구 250만의 거대도시지만, 대구가 지역 경제능력을 도외시 한채 국제 첨단도시의 체계적인 도시환경을 갖추기는 힘든 실정이다.

더군다나 마천루 빌딩이 구름떼처럼 들어선 뉴욕을 따라갈 수도 없거니와 엄청난 돈을 들여 홍콩, 파리의 휘황찬란한 야경을 조성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지난 5월 국내 최대규모로 2천900여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개장한 대구월드컵 경기장은 행사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경우 최소한 연간 30∼50억원의 운영적자에 시달릴 것이 우려되고 있다. 대구 국제화의 전초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는 대구 전시컨벤션센터 역시 행사유치, 이벤트 창출 등 정상적인 가동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목전에 둔 월드컵, U대회 등 국제행사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벤트 행사를 개발하고 유치하는 국제도시 수준의 '마인드'가 더욱 필요한 것이다.

부산은 국제영화제로, 광주는 '광주 비엔날레'로 국제적인 행사를 유치, 훌륭한 성공을 거뒀다. 지역에서도 경북도가 '경주 엑스포'로 국제행사를 개최해오고 있지만 관주도의 행사 성격을 아직 탈피하지 못하고 있고 대구시는 일회성 행사인 'U대회 유치'에 성공했을 뿐이다.

또 2003년에 개최될 섬유박람회 역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부분의 지역축제 역시 자체 행사로 그치고 있고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듯 대구가 주목받는 국제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대구다운 특색을 지녀야 한다. 아울러 경북지역과 연계를 통한 이벤트 창출이 시급하다. 안동탈춤페스티벌, 청도 소싸움 축제 등 국제행사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특색있는 행사를 내실화하는 한편 관주도 행사는 과감히 축소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연수 대구시 교통국장은 "각종 축제와 이벤트성 행사가 국제적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민주도의 자체 운영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는 10년이 넘도록 '국제화' '세계화'를 외쳐왔지만 정작 '국제도시 대구'를 위한 마스터 플랜이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국제도시 조성을 위한 대구의 노력들은 물적 인프라 구축에만 몰두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하드웨어적인 측면만을 우선시 한채 다양한 아이디어 창출을 통한 국제도시의 이미지 창출에는 등한시 해왔다는 지적이다.

대구가 국제도시 지향을 위해 이뤄온 논의는 기껏해야 산업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 '섬유도시' '국제 패션도시', 신라·가야문화와 조선 유교문화를 이어받은 '전통 문화관광 도시' 등이 고작인 실정이다. 대학의 각 연구소등 싱크탱크와 시민단체들이 마련한 '국제도시 대구'를 위한 연구와 성과물들 역시 극히 미미하다.

대구시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밀라노 프로젝트'가 그나마 '국제도시 대구'를 위해 논의되어온 성과물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밀라노 프로젝트'는 대구 기간산업의 고부가 가치 창출을 위한 지역경제 전략의 일환일 뿐이다. 국제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목표설정과 실천적 과제들이 정립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구대 홍덕률 교수(사회학)는 "그간 대구가 추진해온 밀라노 프로젝트 등 국제화 정책은 시민을 들러리로 이용한 측면이 없지 않다"며 "시민과 학계 등과 공동 협의를 통해 목표와 실천적 과제를 설정하는 것이 우선 순위"라고 지적했다.

결국 시민들의 합의를 도출하고 또 시민들이 함께 지향해야할 '국제도시 대구'의 기본적 이데오르기를 구현하기 위한 시급한 과제가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다.

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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