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두대간 단독종주 전 경찰관 이장우씨

"정년퇴직한 나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자녀들에게도 아직 아버지가 건재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악전고투의 연속이었지만 백두대간을 품어 보고자 한 자신과의 싸움은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지난 5월 19일 단신으로 지리산 천왕봉을 출발, 41일만인 지난달 28일 백두대간 남한구간 종착점인 설악산 진부령에 도착한 이장우(59·전직 경찰관·대구시 동구 효목2동)씨의 얼굴에는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이씨는 발바닥이 불어터지고 식수가 떨어져 목이 타들어갈 때는 "내가 왜 이렇게 힘든 길을 택했을까"며 몇 번이고 그만두고 싶은 갈등이 생기더라고 고생담을 털어 놓는다. 산꾼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도전하고픈 백두대간 종주를, 그것도 무지원으로 성공하고 보니 꼭히 부질없는 짓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덧붙인다.백두대간 남한구간 종주는 지리산·덕유산·태백산·오대산·설악산 등 대간의 등줄기 680여㎞를 주파해야 하는 길고도 험난한 대장정. 대부분의 종주자들은 55개의 소구간으로 나눠 산행하거나 지원조의 도움을 받으며 종주에 나서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씨는 산속에서 비비람만 피하는 비박으로, 식량이 떨어질 때면 휴게소나 인근 마을로 내려가 보충하고 하루 12시간 이상 걷는 강행군 끝에 기존 기록 43일을 이틀이나 앞당겼다.

나이 제한에 걸려 입교가 안되는 대구등산학교에 애원반 사정반으로 들어가 이번 장기 산행에 대비했다는 이씨는 암벽등반과 독도법 등을 익혀둔 게 완주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도중에 도시락마저 흔쾌히 건네주며 무사종주를 격려해 준 많은 분들의 도움을 잊을 수 없다"며 "삶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도전해 보라"고 권한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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