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초원에 이는 변화 몽골을 가다(1)

◈코리안 드림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던 칭기즈칸의 땅. 몽골 대초원에 시장경제의 강풍이 몰아닥치고 있다. 어려운 경제난을 이겨내기 위해 1990년 시장경제제도를 도입한 지 11년. 오늘날 몽골은 사회주의 시절 맛보지 못한 경쟁과 수요공급의 원리가 지배하는 치열한 생존의 무대로 급변하고 있다. 춘추사공동기획으로 부산일보사 최봉진기자가 수도 울란바토르와 주변지역, 고비사막 일대를 취재했다.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몽골의 변화상을 시리즈로 엮는다. 편집자

"솔롱고스(몽골어로 한국)가 최고"

몽골 대초원은 지금도 태초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 유유자적하며 풀을 뜯고 있는 동물과 검게 탄 얼굴의 순박한 유목민들. 그들의 생활공간인 겔.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 하늘. 해뜰 무렵 바위산이 발하는 색채와 질감이 존재하는 그곳.

이 칭기즈칸의 후예들이 사회주의의 긴 터널을 벗어나면서 한국행을 꿈꾸는 이른바 '코리안 드림'이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지난 6월4일 수도 울란바토르에 위치한 주 몽골 한국대사관 정문 앞.비자 신청을 위해 늘어선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형상이다.무용을 전공하고 있다는 한 20대 초반의 몽골 여성은 "무용을 더 공부하기 위해 서울에 가고 싶다"며 비자 신청서류를 만지고 있었다.

1년간 몽골인들의 한국 비자 신청건수는 7천건을 넘는다.최영철 주 몽골 대사는 "이 중 30% 정도의 비자만 발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비자기간이 만료돼 서울 등지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몽골인은 1만5천여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울란바토르 현지 칭기스여행사의 함석규 사장은 "만일 한국 정부가 불법 체류 몽골인들을 몽땅 추방할 경우 몽골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라고 말했다. 울란바토르 보얀트 오하 국제공항을 나서는 순간부터 코리안 드림을 실감하게 된다. 시내를 누비는 자동차의 80%는 한국산 수입차량.일례로 한국에서 10년 정도 굴러다닌 봉고차는 이곳에서 시내버스로 둔갑해 달린다.봉고 1대에 30~40명씩 빼꼭히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영업용 택시 대부분은 현대 엑셀.인천 국제공항을 이륙, 울란바토르를 향하는 국영 몽골항공(MIAT)과 대한항공 기내는 몽골인 보따리 상인들로 만원이다.한사람당 전자제품 및 의류 을 담은 3, 4개씩의 보따리를 든 몽골인들이 기내에 짐 놓을 곳을 찾느라 북새통이다. 울란바토르 시내 러시아 대사관 맞은편에 하나밖에 없는 백화점에는 한국산 화장품 옷 신발 문구용품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몽골에도 인접 중국으로부터의 식량 채소 공산품 등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하지만 전통적으로 중국을 혐오하는 몽골 국민성에다 중국산 상품이 한국산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 대다수 몽골민들의 평가이다.

울란바토르의 10, 20대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문신 스티커는 한국 수입산.영구 문신이 아닌 스티커로 만드는 문신이다.몽골 비즈니스 대학 3학년에 재학중인 오동차차랄(21.여)씨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산 문신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어와 러시아어 다음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대학생들의 수가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국립 몽골대. 울란바토르대 등 6개 대학에는 한국어과가 설치돼 있고. 2, 3개의 중.고등학교 과정에서도 한국어반을 둘 정도이다.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하고. 유학경험이 있는 일류 가문의 20대 몽골 여성들이 신랑감으로 한국인 등 외국 남성을 찾는 일은 '자본주의 사회' 몽골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현상 중 하나.지식 수준이 높은 몽골의 엘리트 여성들이 영어를 구사하고, 안정된 직장이 있는 한국 남성 등을 배필로 찾으면서 중매쟁이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울란바토르대 대학원 역사학과 석사과정인 강톨라그(24)는 "몽골에서 대학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은 한국에 한번 나가는 것이 꿈"이라면서 "한국과 몽골 국민들은 외형상 성격상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고 코리안 드림의 배경을 설명했다. 울란바토르=최봉진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