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 감기는 개도 앓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날씨의 변화가 큰 탓인지 감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감기가 인플루엔자 비슷한 독감이고, 어린이나 노약자는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도 있기에 한여름 감기라 해서 쉽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심한 독감이 아닌 가벼운 감기 몸살은 오히려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다. 필자 역시 독감은 사양하지만 가벼운 감기는 환영한다. 그동안바빴던 몸과 마음을 일단 정지시키고 편안하게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몸살이 왔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이고 이제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오랜만에 늦잠을 자 보는 것도, 편안히 누워 온갖 공상을 하고 평소 읽고 싶었던 책과 만날 수 있는 것도 몸살 덕분이다. 몸살을 한번 앓음으로써우리는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고 재충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달려온 자신의 모습을 추스를 수 있고, 휴식을 취한 만큼새로이 달려나갈 의욕도 솟아날 것이다. 하루 하루가 바쁜 현대인들로서는 몸살을 앓지 않고서야 이렇듯 느긋하고 평온한 시간을 가질 수 없다. 이 소중한 휴식은 몸살이 베풀어주는 축복인 것이다.
그래서 감기에 걸렸다고 해서 "이렇게 바쁜데 몸살까지" 라고 안달할 필요가 없다. 사람의 몸은 제 스스로 위기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훌륭한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삶의 현장에서 물러나 잠시 쉬었다 돌아가라는 신호를 몸살을 통해 보내오는 것이다. 어제를 돌아보고 내일을 계획하는 기회로서, 오늘 내게 찾아온 감기를 받아들이는 게 어떠할까. 몸살을 앓고 난 후의 상쾌한 흥분을 생각한다면 가볍게 병을떨쳐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대구가톨릭병원 성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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