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지방분권 선언대체로 지식인의 선언은 거창한 결과를 낳는다. "만국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1848년 공산당 선언 뒤 세상은 어떠하였는가. 150여년 간 온 세상을 대결과 투쟁이라는 피투성이로 몰아 넣었었다. 그렇다고 선언이 모두 거창한 것만은 아니었다."만국 자본가여 단결하라"같은 같잖은 것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3.1독립선언문이나 4.19선언문 같은 거창한 것도 있고 권력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같잖은 것도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의 지식인들이 발표한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선언'은 위대한 선언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IMF후 더욱 심각해진 지방의 몰락과 빈부(貧富)격차의 확대 등으로 특히 지방의 주민들은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는 지금 반(反)세계화 운동이 말해주듯 신자유주의와 디지털이 가져온 불평등이 심각한 이슈가 되고 있다. 소위 20대80의 논리다. 여기에는 지역 간의 격차 같은 지역 문제도 이슈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히 지방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현재의 지방분권 운동이 바로 이 불평등 해소 방법의 하나라는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데 있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한국 지방자치학회, 자치헌장 네트워크, 대구참여연대를 비롯한 90여개 시민단체들의 선언이 있었고, 한국사회학회는 오는 8월 15일 선언을 할 예정이다. 오죽했으면 지식인이 나섰겠는가.
지방의 논리
지방분권 운동이 어떻게 격차와 불평등의 해소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우선 담론적인 접근부터 해보자. 동양 철학에 개전일여관(個全一如觀)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를 정치에 원용해 보면 재미있는 결론이 나온다. 국민(全)이 잘살면 개인(個)이 잘 살 수 있다. 전체주의나 공산주의 접근이다. 반대로 개인(個)이 잘 살면 국민(全)이 잘 살 수 있다. 자본주의적 접근이다. 그런데 공산주의 실험은 실패했다, 따라서 여기에는 이미 결론이 나 있는 것이다. 이를 국가와 지방으로 구분해 대입(代入)해도 같은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방우선의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국가가 잘 살면 지방이 잘 산다는 기조로 국가를 운영해 왔다. 이렇게 하다보니 국가의 성장에는 성공했으나 서울만 잘살고 지방은 홀대받는 불균형의 결과를 낳았다. 그냥 불균형 정도가 아니라 수도권의 공룡화로 거대한 비용을 치르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지방이 잘살면 국가도 잘 산다는 기조로 바꿔야 할 것이다.
또한 시대의 흐름도 그렇다. 디지털 시대는 요한 복음을 원용해서 '태초에 개인이 있었다'고 익살을 떨 정도로 개인의 위상이 높아진 개인주의 시대가 되었다. 이 흐름의 결과가 탈(脫)중앙집중화와 지방분권이다. 효율과 스피드라는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도 지방분권은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지방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서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은 지방의 시대는 지방에 맞는 논리가 개발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가령 미국도 롱 텀 캐피털펀드 처리 때, 한국은 현대건설 등 처리 때 경제논리만으로 결정을 하지는 않았다. 정치논리와 국가의 논리로 처리했다. 따라서 지방의 문제를 처리 할 때는 지방의 논리로 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은 국가경제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지방경제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한가지 예를 들면 지역의 법원 공탁금이나 지역의 교육금고, 지방자치단체 금고 같은 지역의 돈은 지역에서 활용될 수 있게 해야하는 것 등이다. 그리고 국가경제를 위해 현대건설을 살리듯이 지역경제를 위해 지역의 건설회사들도 한 두개는 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지역 간 對話도
유엔은 2001년을 '문명간 대화'의 해로 결정했다. 이념 대신 문명간 충돌이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 평화가 보장될까. 올 들어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멕시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전선 반군 지도자인 마르코스는 앞으로의 전쟁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와의 제4차 대전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계층 문제이기도 하지만 가진 나라(北)와 못 가진 나라(南)와의 대립이라는 지역의 문제이기도 하다. 여기서 '지역간의 대화'도 문명간의 대화 못지 않은 테마로 격상될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이제야 중앙에 묻는다. 너희가 지방이 없으면 중앙도 없다는 것을, 지방의 발전은 지역발전 특별법만으로는 안되고 지방분권 특별법 같은 특단의 조치 없이는 안 된다는 것을, 이제 지방은 종속개념에서 나온 지방에서 평등 개념인 지역으로 불리워져야 한다는 것을. 서상호(주필)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