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 생산 벼 13% 재고 전망

4인 가족의 주부 신순희(41.대구 수성구 범물동 청구아파트)씨는 요즘 쌀 20kg을 구입하면 보통 한달 보름은 먹는다. 예전같으면 한달치 분량이다. 중학교 1년과 초교 3년생 남매를 둔 신씨는 자식들의 성화로 주말과 휴일, 때로는 평일에도 햄버거, 피자, 자장면 등을 주문하거나 외식하는 경우가 한달에 15차례 이상이기 일쑤다. 사업을 하는 남편도 집에서 저녁을 먹는 날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신혼인 이준만(35.회사원.서구 평리동)씨 부부는 아침은 우유, 빵으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점심과 저녁은 각자 회사 동료들과 함께 먹거나 회식으로 이어져 집에서는 '밥 구경'을 하는 날이 별로 없다.

신세대의 식생활 패턴 서구화와 함께 각 가정의 외식이 급증하면서 쌀 소비량이 격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는 국내 생산 벼(총생산량 3천500만섬 추정)중 13%인 460만섬(1섬 벼 200kg)이 창고에 쌓일 전망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99년도까지 정부수매분 및 일반수매의 재고가 502만섬을 기록하다 지난해는 750만섬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정부수매 778만섬, 일반수매 440만섬 등 모두 1천218만섬의 재고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량 군납분인 정부수매에 비해 일반수매분은 지난해보다 310만섬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 가정의 쌀 소비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 농협 조사결과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지난해 120kg에서 올해 90kg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성군 다사농협이 운영하는 다사미곡처리장의 경우 지난해 6월까지 쌀 재고량이 5천990가마(1가마 80kg)였으나 올들어 같은 기간에는 2배 수준인 1만1천가마가 창고에 쌓여있다.

가격도 가마당 지난해 17만6천원에 비해 4천원이 내린 추세다.

전국적으로도 199개 농협 미곡처리장의 판매 실적은 지난해 6월까지 651만섬이었으나 올 6월까지는 42만섬이 줄어든 609만섬이다.

이같은 사정으로 지난해 199개 미곡처리장 중 105개가 적자를 냈다.

관계 공무원들은 "쌀 재고량 급증은 5년 연속 풍년과 중국.태국.베트남 등지에서 수입하는 양곡물량이 95년 35만섬, 지난해 72만섬, 오는 2004년에는 143만섬으로 매년 0.5%씩 증가추세라는 점도 있지만 식생활 변화가 주 요인"이라 분석했다.

강병서기자 kb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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