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장묘문화가 가는 길

며칠 전 오랜만에 여섯 딸이 모였다. 맏언니가 75세가 되었으니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겠냐는 것이 이번 모임의 이유였다.

모두 늙어 있었고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자주 보자고 서로 서로 다그쳤지만 모두 알고 있다. 다시 내년이나 후년쯤 다시 얼굴을 볼 수 있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또 안다. 그때쯤 누군가가 자리를 비울지도 모른다는 것도.

반갑고 쓸쓸한 마음들을 모아 우리가 간 곳은 아버지 어머니 묘소였다. 이렇게 여섯 딸이 함께 묘소를 찾는 일도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말을 뱉지는 않았지만 걸핏하면 앓아 눕는 언니들이 있고 보면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묘소를 찾은 우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난해 추석에 걸음을 하고 가지 못한 묘소는 풀들로 뒤엉켜 있었다.

주인없는 산소처럼 초라하고 볼 썽 사나웠다. 우선 죄스러웠다. 남이 볼까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다른 언니들은 멀리라도 살지만 자동차로 두어 시간이면 족한 곳 그곳을 나는 너무 잊고 있었던 것이다.

핑계는 늘 '바빠서' 였지만 정말 바빠서만이 겠는가. 마음은 뉴질랜드라는 먼 나라에 있는 아들보다 더 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나는 했다.

현실적으로 마음과 달리 부모님은 우리에게서 버려져 있었던 것이 확실하다.

우리는 모두 말없이 풀들을 뽑았지만 마음에 엉키는 것은 풀보다 더 쓰라렸다. 돌아오는 걸음이 무겁고 무거웠다.

그리고 과연 이것이 최선인가가 우리들의 화두였다. 매장이 가져오는 결과가 너무 확실하게 우리 앞에 보이고 따라서 자연히 우리들은 화장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듯 했다.

살아있는 자식이 있는 무덤도 이 지경이라면 더 말 해 무엇하겠는가. 국토의 절반이 곧 무덤이라는 그런 논리를 떠나 진정으로 죽음을 이해하고 원론적인 애정을 가늠한다해도 매장이란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선 제 2 화장장의 후보지가 확정발표되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점수의 순위로 결정을 한 것이다.

허지만 자치구와 해당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이 본격화되고 추모공원 건립추진협의회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결론을 이미 내렸다.

대립이 완강할 것이 뻔하다. 납골당을 넓히는 사업을 본격화하려면 화장장이 시급하다. 어디에 한들 그 주변에 사람이 살지 않겠는가. 그래서 문제다. 물론 나 자신도 이웃에 화장장이 들어 선다는 것을 허용할 수 없을 것이다.

집값이 하락한다는 것은 뒤로 미루더라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문제다. 이미 화장을 선언한 나로서도 이런 문제에 타협이 어려운 것은 단순히 이기심 때문일까.

추모건립추진협의회서는 납골당을 도심으로 만들 계획안을 세웠다. 우리 정서로는 무덤을 이웃에 둔다는 것이 너무 낯설고 거부반응부터 치솟는 일이지만 외국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그래서 협의회에서는 아이들이 뛰어 노는 꽃이 피고 나무가 있는 공원으로 만들어 무덤이라는 혐오감을 삭이게 한다는 것이 취지의 중요한 부분이다.

언제나 그리우면 갈 수 있는 곳 험악한 산속이 아니라 아름다운 공원에 함께 더불어 공존하는 장묘 문화를 현실화시킨다는 것이 그들의 이유다.

그런데 많은 문제점들이 발목을 잡고 있고 해결점도 허약하다.

지금이야말로 모두의 이기심을 버리고 누구나 가는 이 삶의 끝을 가는 이도 보내는 이도 편하고 아름다운 길이 어느 길인지 생각해야 할 때이다.

신달자(시인.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