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생역전, 고아출신 '시계명인'

"스위스제 시계보다 훌륭한 시계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지난 11일 전국기능경기대회 시계수리부문에서 역대 최연소로 금상을 받은 박성출(20)씨. 올 해 대구공고를 졸업한 박씨는 고아출신의 불우한 환경을 뚝심으로 헤치고 입문 4년만에 우리나라 최고의 '시계명인'으로 우뚝 섰다.

그의 성공은 기능인의 길을 걷는 신세대들이 드물어지는 세태에서 더욱 돋보였다. 대구에서 태어난 박씨는 7살 때인 87년 남동생과 함께 복지시설인 애활원에 맡겨졌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고, 어머니도 친척집을 함께 전전하던 기억뿐이다.

애활원에서 살던 박씨는 중학교 2년 때 친구를 따라 가출, 1년동안 서울에서 중국음식점, 양말공장에서 일하며 방황을 하기도 했다.

마음을 잡지 못하던 박씨에게 지난 85년 전국기능경기대회 시계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 장태호(41)씨와의 만남은 인생의 전환점을 가져다 주었다. 애활원에 자원봉사를 온 장씨를 따르면서 시계와의 인연은 시작됐다.

장애2급 장애인이면서 가정적으로 박씨와 같은 처지였던 장씨는 누구보다 박씨를 잘 이해해줬고, 엄하면서도 자상하게 지도했다. 오전 8시 30분 장씨의 시계점에 '출근', 오후 4시까지 시계 공부에 매달렸다. 밤 8시30분쯤 학교수업을 마친 뒤 다시 시계점으로 와 새벽까지 기술을 갈고 닦는 주경야독의 정진이었다.

박씨는 2년전부터 스승 장씨와 함께 한달에 2, 3차례 2군사령부를 방문, 군인들의 시계를 수리해 주는 봉사활동도 펴고 있다. 이번 수상은 지난 설에 애활원을 찾아온 어머니와 감격적인 상봉을 한 이후 맛본 영광이라 기쁨이 더 커 보였다.

박씨는 벌써부터 국내 굴지의 시계회사들로 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고 있다. 대학과 시계회사를 같이 다니며 기술을 연마한 뒤 스위스에 가 선진기술을 배울 계획이다. 세계 최고의 시계를 만드는 회사를 설립하는 게 그의 꿈이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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