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혼 5년차 주부
남편과는 10개월의 연애기간을 거쳐 결혼했다. 신혼 때는 모든 것이 다 좋았다. 그러나 첫 아이 출산 후부터 문제가 생겼다. 난 네 살난 딸을 두고 있다. 신혼 때도 잠자리를 같이 하는 게 한 달에 두세번이 전부였지만 출산 후에는 더 심해졌다. 출산 후 첫해는 1년에 3회, 2년째는 2회, 3년째는 1회, 5년째인 지금은 남편과 전혀 성관계가 없다.
내게 불만이 있는가 물어보기도 하지만 남편은 성욕이 전혀 없다고 대답한다. '가족 부양하는 의무만 잘 하면 됐지, 제발 날 좀 내버려둬' 하는 식이다. 이혼을 하자니 부모 때문에 상처받을 아이가 생각나 마음에 걸린다.
카운피아닷컴(www.counpia.com) '아줌마 공개상담'내용
#2. 결혼 5년차 남성 직장인
난 귀여운 꼬마의 아빠로 30대 중반이다. 우리 부부는 현재 행복과 사랑으로 잘 살고 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하지만 난 지금 매우 괴로워하고 있다. 아내와의 연애기간은 정말 남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모든 것이 좋았다. 결혼 후 바로 아이가 생기면서 아이를 위해 서로 관계를 멀리 했다. 그후 부부관계는 2∼3개월에 한번 정도로 뜸해졌고 요즘은 거의 포기 상태다. 아직까지 바람을 피워본 적은 없지만 지금은 장담할 수 없다. 물론 대화도 해봤지만 아내가 마음을 다 보여주지는 않는다. 정말 목석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카운피아닷컴(www.counpia.com) '아저씨공개상담'내용
#3. 40대 초반 주부
남편과는 다섯 살 차이가 난다. 남편은 개인사업을 하고 난 초등학생 과외를 하고 있는 맞벌이 부부다. 일의 특성상 밤9시가 넘어 들어올 때가 많고 집에 오면 씻고 자기 바쁘다. 잠자리를 같이 하려면 서로가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하는데 남편 또한 사업상 모임이나 술자리가 많아 한달 건너뛰는 것은 기본이다. 어떤 때는 4∼5개월 가는 것도 예사다. 결혼 초에는 사실 내가 피곤해서 몸을 사리곤 했는데 지금은 나이 차이가 나서 그런지 내가 원해도 남편은 모른체 한다. 얘기하기도 민망하고 민감한 부분이라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존심도 상하고….
-박은영(가명)
성욕이 없다, 남편(아내)이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직장생활로 서로가 바빠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이런 저런 이유로 국내에서도 이른바'섹스리스(sexless) 부부'가 늘어나고 있다.
섹스리스 부부란 성관계를 가지지 않는 부부를 가리키는 말. 정확한 횟수가 정해져있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 1년에 1∼2회 정도면 섹스리스로 분류된다.
이웃 일본에서는 섹스리스 부부를 주제로 한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이 지난달 기혼 남녀 500명씩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일본 부부 중 14%가 1년에 몇 번, 14%가 아예 성관계를 갖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성(性)과학회는 특별한 사유 없이 성관계를 한 달 이상 갖지 않는 부부를 섹스리스 부부로 분류하기 때문에 적어도 일본 기혼남녀의 28%가 여기에 해당되는 셈.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조사가 없어 섹스리스 부부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성클리닉이나 인터넷 상담사이트에 넘쳐나는 상담으로 미뤄 그 수가 적지 않음을 짐작할 뿐이다. 인터넷 상담사이트 카운피아닷컴(www.counpia.com)에선 섹스리스 상담 1건이 올라오면 채 1개월도 되지않아 1천500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핫 이슈다.
성인 인터넷 사이트, 연예인 섹스비디오, 소설·영화 등 섹스에 관한 이야기가 갈수록 넘쳐나는 이 시대에 섹스리스 부부가 늘어나는 원인은 뭘까?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섹스리스의 원인은 다양하다. 불감증과 발기부전 등 성기능 장애의 경우,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 맞벌이 부부로 출퇴근 시간이 다를 경우, 임신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는 경우, 자신의 사회적 성취에만 관심을 갖고 온 정열을 그것에만 집중시키는 경우 섹스리스 부부가 되기 쉽다는 것.
때로는 소위'섹스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섹스리스로 이어지기도 하고 부부가 각방을 쓰게 되는 경우도 많아진다. 섹스파업은 일시적으로 잠시동안 잠자리를 거부하는 것으로 상대방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다. 잠자리 요구에 대한 상대방의 무성의나 성적 부도덕에 대한 항의의 표시인 경우가 많은 게 특징.
회사원 김모(39·남)씨는 얼마전 잠자리에서의 작은 사건으로 3개월 째 '파업'중이다. 음주 후의 잠자리 요구를 아내가 심하게 거부한 게 원인이 됐다. 성이 사랑과 결혼의 중요 요소라는 생각을 늘 갖고있던 김씨는 무시당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3개월을 무덤덤하게 보낸 지금은 서로가 얘기를 꺼내기조차 거북하게 돼버렸다.
부부가 함께 잠자리를 기피한다면 그나마 다행. 섹스에 있어 횟수는 사람에 따라 편차가 있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거부로 불만이 누적되는 경우다. 이 경우 거부당한 쪽은 좌절감, 우울증을 거쳐 심하면 증오심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남편은 내가 가까이 가는 걸 싫어한다. 내가 요구하지 않으면 먼저 나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도 아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너무 힘들다" (카운피아닷컴 YJ0515)
한 사람이라도 부부생활에 불만이 쌓이고 있다면 무엇이 원인인지 먼저 밝혀내야 한다. 맞벌이 부부 경우에도 시간이 없다는 핑계만 내세우지 말고 가사를 분담하는 등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최소한 부부라면 성에 대한 대화를 회피하기보다 상대방의 본능을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해결 노력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이젠 터놓고 얘기하자. 건강하고 밝은 성의식을 바탕으로한 부부관계는 몸으로 나누는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이 아닌가.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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