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이공대학에 재직 중인 김재일(36)씨. 지극히 평범한 샐러리맨인 그가 '사고'를 쳤다. 지난 5월 10년 근속을 기념해 대학이 준 5돈짜리 메달 2개를 이튿날 팔아버렸다. 노름 빚을 진 것도 아니고 외상 술값을 갚은 것도 아니다.
"저보다 어려운 처지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장애인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메달 판 돈 45만원은 장애인 재활기금 마련 사이클행진에 쓸 여비입니다. 메달이 아깝긴 하지만 10년 근속했다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 아닙니까?".
김씨는 14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앞을 출발해 7박8일 일정으로 임진각까지 사이클행진을 계획하고 있다. 국도를 따라 이어지는 이번 행진의 거리는 무려 500km. 행사경비를 조금이라도 아낄 마음에 김씨는 야간 행군도 고려하고 있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페달을 밟으면 5박6일 정도면 끝낼 수 있다는 것.
김씨의 이웃돕기는 처음이 아니다. 수년전부터 매달 월급에서 조금씩 떼 장애인시설에 보내왔다. 9살부터 신문배달을 하며 중학교 등록금을 마련한 그로선 어려울 때 이웃의 도움이 얼마나 절실하고 고마운지 이미 체득했기 때문.
"500㎞ 행진을 한다니까 주위에선 미쳤다는 말까지 하더군요. 매일 10㎞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했기 때문에 체력엔 자신있습니다. 게다가 대학과 지인들이 이번 행사의 뜻을 알고 선뜻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 어려움은 없습니다".
영남이공대학은 행사의 안전을 위해 동료직원 1명과 차량을 내주기로 했다. 성우종합건설(주)도 자전거와 용품 등 280만원을 지원했다. 14일 대구백화점 앞 출정식에선 판소리 공연도 펼쳐진다. 김씨는 단지 기금 마련을 위해 페달을 밟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도 의지만 굳으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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