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하늘을 이고 살다보면 누구나 꿈꾸게 되는 도시탈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훔치다 보면 절로 가슴이 확 뚫리는 계곡이 그리워진다. 울창한 송림이 그늘막이 되주고 그 계곡물에 발을 담근 채 심신의 시름을 달랠 수는 없을까. 아무리 첨단을 추구하는 시대라하나 에어컨 바람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법. 고단하고 힘든 이때 명경지수의 차디찬 물에 몸도 마음도 달래는 계곡여행을 떠나보자. 일월산을 이고 있는 경북의 동북부 영양군. 영양군을 가로지르는 국도와 지방도는 반변천과 숨바꼭질 한다. 차창밖으로는 고추밭과 담배밭이 길손을 반긴다. 한달 전만 해도 가뭄으로 타들어가던 들녘.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듯 키만 예년보다 낮을 뿐 초록 물기를 뿜어낸다. 거기다 영양은 문향의 고장이다. 계곡 피서도 즐기고 문학의 발자취도 덤으로 더듬어 볼 수 있어 나들이 발길은 한결 가벼워진다.▨계곡=영양군은 어디를 가더라도 계곡물이 반짝인다. 차를 몰고 가다 아무 계곡에나 발을 담그면 그만. 그러나 좋다고 소문난 곳은 곧 초만원이 된다. 본격 휴가철이면 하루 수천명씩 찾아들기 때문이다. 특히 수비면 일원 계곡은 울진의 불영계곡과 쌍벽을 이루는 최적의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영양읍에서 일월면쪽으로 달리다 수비로 우회전하면 수하계곡이 나온다. 계곡의 맑은 물은 화강암과 부딪혀 웅덩이도 되고, 크고 작은 폭포를 만들기도 한다. 장장 12㎞에 달하는 이 계곡은 폭이 넓은 편이라 야영하기도 수월하다. 인근에 상계·하계폭포와 청소년 수련마을(054-682-8987), 송방자연 휴양림(054-682-9100)이 있다.
울진군 백암온천 등 영양 수비에서 동해로 넘어가는 길목(88번 지방도)에 있는 본신계곡은 원시림 사이로 물이 흘러 생기가 감돈다. 그대로 차를 몰고 울진으로 가면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검마산 자연휴양림(054-682-9009)에선 삼림욕을 즐기며 심신을 추스릴 수 있다.
비교적 덜 알려진 편인 송하계곡은 도로포장 공사(내년 말 완공 예정)가 한창이라 접근하기가 수월치 않다. 일월파출소에서 우회전, 가천방면으로 달리면 나온다. 중간중간에 자리는 잡을 수 있다. 공사가 끝나면 꼭 한번 가볼만한 곳이다. ▨곡강8경·척금대=외지인보다 영양읍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 영양읍에서 일월 방면으로 2㎞쯤 달리다 오르막재를 넘어 내리막 시작지점에서 표지판을 보고 우회전 해야 한다. 일월산에서 시작된 반변천이 남으로 흘러오다 물길을 바꾸는 곳. 깎아지른 석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한낮에도 어느정도 그늘이 진다. 솔밭에 자리를 깔고 물놀이를 하거나 낚싯대를 드리울 수도 있다.
▨서석지=31번 국도변을 달리다 보면 놓치기 쉽다. 진보에서 입암면 소재지를 지나 입암2교에서 좌회전 , 연당리로 가야 한다. 가는 길에 바위를 깎아지른 듯한 선바위와 남이포 전경도 일품이다. 400년 묵은 은행나무가 보이는 담너머에 바로 조선시대 민가정원의 백미 서석지(瑞石池)가 있다. 전남 완도의 '부용원'·담양의 '소쇄원'과 더불어 조선 3대 정원으로 손꼽힌다.
서석지가 자리한 넓지 않은 터에 흙돌담을 둘러 기와를 얹어 놓았다. 화단 한쪽엔 사우단이라 하여 소나무, 대, 매화, 국화를 심어 놓아 한창 피어나는 연꽃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기이한 것은 연못의 서석들이다. 못바닥에서부터 돌출한 서석 20여개가 물속에 잠기기도 하고 드러나기도 하여 그 오묘한 정취를 더해준다. 자연을 이용한 지혜가 참으로 돋보이는 풍경이다.
▨조지훈·오일도·이문열 생가=먼저 일월면 주곡리 주실마을에 가면 조지훈(1920∼1968)이 태어난 '호은종택'이 나온다. 영양읍에서 20분 거리. 조선 중기 인조때 지은 건축물로 한국전쟁때 불탄 것을 지난 1963년 복원했다. 마을입구에 '빛을 찾아가는 길'이 새겨진 조지훈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영양읍 못미처 감천마을에는 1930년대 시문학지 '시원'을 창간한 오일도(1901∼1946) 시인의 44칸짜리 웅장한 기와집이 있다. 생가 앞 하천에는 측백수림이 풍광을 보태 준다.
석보면 원리리(두들마을)에는 고풍스런 광산문학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다. 이문열씨의 고향집이다. 석계고택 등 전통 고옥 30여채도 잘 보존되어 있는 마을이다. 하루 일정의 관광버스가 전국에서 몰리고 있다.
▨가는 길=대구에서 떠난다면 크게 3갈래길. ①대구∼중앙고속도 남안동IC∼34번국도 안동댐·임하댐·진보∼영양, ②대구∼의성∼청송방면∼영양, ③대구∼영천 보현산 천문대(35번국도)∼청송(31번국도)∼영양. 어느 길이든 3시간은 잡아야 한다. 가슴이 탁 트이는 드라이브 길로도 손색이 없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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