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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거조암 영산전 고려시대 모습 되찾다

팔공산 거조암 영산전이 고려시대의 모습을 되찾았다. 은해사 산내암자로 천년고찰 나한도량인 거조암 5백 나한이 각기 새옷을 갈아입는 초유의 대불사가1년여만에 마무리된 것. 나한상에 채색을 다시 올리는 이번 개채(改彩)불사로 영산전은 창건 당시의 원형으로 좀더 다가서게 됐다. 국내 유일의 고려시대 석조 5백 나한에 대한 개채불사는 불교사상 처음있는 일.

국보 14호로 고려시대 목조건물인 영산전은 희귀한 모습을 간직한 건물 그 자체만으로도 귀중한 문화재이다. 여느 가람 건축과는 달리 내부공간이 외부공간보다 더 짜임새 있는 특이한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별다른 내부장식이 없다. 단청도 없다. 영산전이 주는 감동은 이런 가식없는 솔직한 구조의 노출때문이다.

5백 나한상에 대한 개채불사는 바로 이같은 영산전 건물 구조와도 걸맞는 자연미의 복원이다. 이곳 5백나한은 원래 자연 그대로의 석조불상이었으나55년전 누군가 하얀 석회를 입히면서 원형을 잃어버렸던 것.이번 개채불사로 나한상들은 석회와 화학안료를 훌훌 벗어내고 꽃과 풀.돌.흙에서 추출한 천연안료로 된 새옷을 갈아 입은 것이다. 천연안료로 개채불사가완성된 나한상은 그래서 단아한 자연미를 지니면서도 결코 격조를 잃지 않은 모습들이다.

지난 1년여 동안 개채불사에 진력해온 거조암 주지 돈명(頓明) 스님은 "천편일률적인 석회칠로 천년의 숨결과 세월의 무게를 잃어버렸던 나한이이제 자연색 옷이라도 입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연미가 뛰어난 고찰인 거조암 영산전이 더이상 화학안료로 귀중한 문화재가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 천연 원색추출은 전문 기술진에맡겼지만 나한상의 상호와 어울리는 색조 배합에는 스님이 손수 나서기도 했다. 고려 나한상 재현을 위해 중국의 '회도5백나한(繪圖五百羅漢)'과 '고려시대불화'를 토대로 5백26 나한 한분 한분의 특징을 꼼꼼히 챙겼다. 나한상은 각각 표정이 독특하고 자세가 자유분방하기 때문이다.

거조암은 한편 오는 27일 오전 개채불사 회향 법요식과 고려불상 재현 및 삼존불 점안식을 가지고 저녁 7시부터는 2부행사로 대규모 산사음악회를개최한다. 안숙선.원장현.윤충일 등 국내 정상급 국악인과 현철.주현미.최진희 등 인기가수들이 출연하는 이번 산사음악회는 지체장애인 후원기금 마련을 위한 것.

대구시 지체장애인 후원회 회장이기도 한 돈명 스님은 "절에서 나오는 각종 폐초로 장애인 자활을 위한 재활용 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라며 "장애인돕기성금모금에 많은 지역불자와 시.도민들이 십시일반 동참해 줄 것"을 합장기원했다. 문의:거조암(054)335-1369.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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