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IMF의 태풍이 전 업종에 휘몰아쳤을 때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주)대철(대표 엄경록.50)은 정규직 근로자를 단 한명도 내보내지 않았다. 근로자들은 이듬해 '상여금 200% 반납'으로 경영진에 보답했다. 물론 지난해 회사는 상여금 원상회복에다 2년여의 임금손실분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임금을 인상했다.
경영주와 근로자의 이같은 화합관계로 (주)대철은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25년 동안 한차례의 노사분규도 겪지 않았다. '인간중심' 경영으로 근로자들은 좀처럼 회사를 떠나지 않았고 그만큼 제품생산의 노하우를 쌓아 손실률도 최소화하고 있다. 근로자 250명의 평균 근속연수가 10년을 넘고 20년 이상 근속한 사람도 30여명이란 점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주)대철은 '해방둥이' 대구철공소(중구 인교동)로 출발, 56년이 지난 지금 명패를 바꾸고 성서공단(달서구 월암동)으로 터도 옮겼지만 자동차 부품 특히 '실린더' 생산의 외길은 고집스럽게 지켰다. 다른 업체들이 타업종에 손을 대거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위험한 '도박'을 일삼을 때 '옆눈' 돌리지 않고 한 분야의 기술력만 차곡차곡 쌓았다. 덕분에 숱한 위기상황도 거뜬히 뛰어넘고 이를 어김없이 새로운 기회로 돌려놓았다.
IMF체제로 대다수 업체가 불황의 터널에서 헤매고 있던 98년에는 ISO9001 인증, 한국산업규격 표시인증을 획득했고 같은해 11월 제35회 무역의 날에 '수출 500만달러탑'을 받으며 기염을 토했다. 지난 99년 타업체들이 설비투자에 움츠리고 감산에 돌입했을 때는 오히려 '기술연구소'를 설립,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로 공격경영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엔 중소기업청 '기술경쟁력 우수기업'으로 지정됐고 국방부 '품질시스템 인증'까지 받았다.
지역 자동차부품업계는 (주)대철의 성장 원동력으로 '인간중심'의 경영철학과 '업종전문화'를 통한 경쟁력을 꼽는다. 70년대 초반 국내 자동차산업 태동기부터 '실린더' 생산에 주력해 현재 '브레이크마스터실린더' '브레이크휠실린더' '클러치마스터실린더' 등 부품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굳혔다. 여기에는 (주)대철 근로자들의 땀과 함께 20대 젊은 나이에 맨손으로 발동기부품 제조업에 뛰어들어 한 평생 자동차부품 생산에 전념해온 엄상수(79) 회장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매년 3, 4개 품목 이상을 실용신안 등록할 만큼 연구개발에 힘써 지금까지 700여종의 '실린더'를 개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 기아, 쌍용자동차 등 대다수 자동차사에 부품을 공급하고 오토바이에서 중장비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 (주)대철의 실린더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동남아는 물론 미국, 호주 등지로 해외시장을 개척, 수출실적이 연간 매출액 250여억원중 30%를 차지하고 있다. '한우물만 판다는 장인정신이 대철의 전통을 이어왔다'는 엄 대표는 "항상 신제품을 개발하지 않으면 급변하는 환경에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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