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 최저임금 얼마 오를까

오는 9월부터 내년 8월까지 적용될 최저임금 확정시기가 이 달 20일쯤으로 다가왔다. 매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 노동부장관이 결정하는 최저임금은 이듬해 임금인상폭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침이 될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기초적 생활을 보장하는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노동계나 재계 모두에게 초미의 관심사.

올해도 노동계는 대폭 인상을 요구한 반면 재계는 '극도의 경기불황'이란 명분을 앞세워 최소 인상이라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올해의 쟁점

노동계는 비정규·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생활임금 보장을 위해 최저임금을 월 정액기준 51만2천930원(시급 2천270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에 비해 21.7%가 오른 수치.

노동계는 당초 시급 2천837원(일급기준 2만2천696원, 월급기준 64만1천162원)을 보장하는 내용의 52% 인상요구안을 냈다가 지난 10일 수정안을 내놨다.

지난 해의 경우, 99년 1천600원(시급)이던 최저임금이 1천865원(월 환산액 42만1천490원)으로 16.6% 인상됐었다.

노동계는 현행 최저임금이 물가상승과 생계비 수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재계의 인상안(지난 해 대비 3.5%)은 각 사업장에서 체결하는 임금인상률(6월말 현재 전국평균 임금인상률 5.7%)에도 못미치는 것이어서 이는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의 시급 1천865원은 전체 노동자 임금 평균 34%에 불과, 최저임금제도가 보호하는 노동자가 1.3%에 불과하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 따라서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전체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 평균의 절반수준에는 이르러야한다고 설명한다.

재계는 노동계의 요구에 대해 펄쩍뛰고 있다. 재계의 올 해 최저임금 인상폭 3.5%는 시급 1천930원(월 43만원)수준.

최저임금 대상기업은 열악한 중소·영세사업장인데 이들 기업의 경영여건을 감안하면 3.5%의 인상률도 사실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치라는 것이 재계의 주장.

특히 지난 해 11월말부터 상시 5인이상 근로자 채용사업장에서 모든 사업장으로 최저임금 적용업체가 확대되면서 중소·영세사업주들이 엄청난 임금부담을 안고 있다고 재계는 말한다. 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폭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

재계는 또 최저임금 영향률이 세계 최저수준이라는 노동계의 주장과 관련, 현행 영향률 계산방식이 상용직 중심이어서 임시·일용·외국인 노동자를 포함시키면 영향률은 더욱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제의 효과

외환위기 이후 저임금 생활자가 폭증, 임금소득 불평등이 심화됨에 따라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이 지난 4일 민주노총의 '최저임금제 토론회'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2000년 8월)에 의거, '상용직 풀타임 중위임금(140만원)'의 2/3수준인 월평균 임금 93만원 이하를 추산하면 전체 노동자 1천300만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611만명(47.2%)이 저임금계층이라는 것.

고용형태별 월임금분포를 봐도 월평균임금 50만원 이하인 사람이 정규직은 8만명(1.4%)인데, 비정규직은 191만명(25.2%)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4명 가운데 1명이 월평균 50만원 이하의 낮은 임금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월평균 임금 20만원 이하인 비정규직도 40만명(5.3%)에 이른다고 이 조사는 제시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적정수준에서 결정되면 남녀·학력·고용형태·산업·직종·기업규모간 임금격차가 축소되고 미조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될뿐만 아니라 성인남자·상용직·조직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역시 개선된다는 것이다.선진국에서도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끊임없는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최저임금제도가 소득분배구조를 바꿔 근로자들의 빈곤을 축소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사회안정에 기여한다는 생각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국은 97년 7월 저임금위원회를 구성하는가하면 99년 4월부터는 전국 최저임금제도를 실시했고 미국·OECD 등도 최저임금인상이 저임금 일자리의 감소보다는 여성이나 파트타임 근로자들의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는 것.

평균임금대비 최저임금이 높은 나라일수록 임금소득 불평등정도가 낮고 저임금 발생률도 낮은 상황이라고 많은 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제 문제는 없나

노동계는 전문가들의 발표자료를 인용,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액이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고 최저임금제 혜택을 받는 노동자 비율(영향율)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 상태라고 주장한다. 현행 최저임금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최저임금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제도의 영향률이 1~2%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한 조사에 따르면 89년~93년에는 최저임금 수혜자가 20~39만명(영향률 4.5~10.7%)였으나 94~98년에는 수혜자가 10~13만명(영향률 1.9~2.4%)으로 줄었고 98년 9월 이후에는 2만~5만명(0.4~1.1%)으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멕시코(17.6%), 프랑스(11%) 등은 우리나라의 10배 이상 수준, 영국(8.3%), 미국(5.1%), 포르투갈(4.7%), 폴란드(4.5%), 헝가리(3.8%) 등도 우리나라보다 4~8배 가량 많다는 것.

노동계는 이와 관련, 최저임금이 전체 노동자 임금 평균의 절반수준에는 이르러야한다고 주장한다. 이 정도 수치에 오를 경우, 약 5%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보호받게돼 선진국 수준의 적정 영향률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정부의 단속이 미흡해 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과 4곳에 불과하며 대상 사업장 가운데 1%내외에 대해서만 지도점검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불만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투쟁은 물론, 최저임금 적용대상 확대·최저임금 적용 영세사업장 세제 지원 등 최저임금제도의 정착을 위해 제도개선투쟁도 병행할 예정이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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