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가장 즐겨 쓰는 말 가운데 하나가 아마 심모원려(深謀遠慮)란 말이 아닐까 한다. '먼 앞날을 내다보고 깊이 생각해서 신중히 행동한다'는 이 말은 2천년전 유비, 조조, 손권이 등장하는 '삼국지연의'의 단골 메뉴(?)로 등장한 이래 중국을 이끌어온 지도자들이 금과옥조처럼 소중히 여긴 '말씀'이라 보아 지나치지 않다.
▲이번 200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베이징(北京)이 확정되기까지의 과정을 훑어보면 곳곳에서 이처럼 '속이 깊고 끈덕진'중국인들의 심모원려의 흔적이 묻어나는 것만 같다. 실상 중국은 지난 93년 2000년 올림픽 개최권을 시드니에 뺏기고 분루를 삼킨이래 2008년 올림픽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선정, 총력전을 펼쳤다. 지난 4월 미국 정찰기 추락사건으로 미-중 마찰이 가중되는 중대사를 맞고도 장쩌민(江澤民)주석은 꿈쩍도 않고 남미(南美)를 순방하면서 올림픽 유치 작전을 계속했다.
▲이뿐 아니라 주룽지 총리는 5월에 파키스탄등 서남아를 순방했고 리펑 전인대상무위원장은 한국 등 3개국을 차례로 방문했다. 후진타오 부주석은 이에앞서 1월달에 중동과 아프리카를 순방, 올림픽 유치 작전을 펼쳤다. 중국은 미(美)정찰기 추락사건을 대국의 체면을 내세워 까탈을 부릴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매끄럽게 처리했다. 국가 위신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베이징올림픽 약속을 얻어냈고 금년 11월에는 WTO(국제무역기구)가입 약속마저 얻어내는 등 겹경사를 맞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은 그 특유의 '만만디'자세로 깊이 생각하면서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인내하며 무슨일이든 해내는 총력전을 펼쳤고 그것이 베이징 올림픽 개최로 나타났다.
▲중국은 2008년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의 중심국가이자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지적이다. 올림픽개최로 3천400억위안(54조원)의 관광수입에다 10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중계료 등 11억5천만달러 등 가시적인 수입에다 세계의 강국으로 다시 태어나자는 중국인의 자부심 등등…, 이미 정치.군사강국인 중국은 이제 경제와 문화강국의 날개를 달게 됐다는 것이다. 13억명의 인구를 실은 기관차가 가속을 붙이고 달릴 때 그 힘이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할 것이며 또 여차할 때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까. 심모원려의 마음으로 걱정해도 시원찮을 판에 우리 정치는 낮잠만 자고 있으니 큰일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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