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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부남파출소-빈 숙직실 자취생 보금자리로

경찰 파출소가 자취 고교생들의 보금자리로 바뀌었다. 경찰관 3교대 근무제 도입 이후 숙소가 비게 되자 이를 자취방 겸 공부방으로 바꿔 경찰관과 고교생들이 공동체를 꾸리고 있는 것. 청송경찰서 부남파출소가 그 사례.

이 파출소 김기모 소장은 지난달 21일 가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중심으로 5명을 뽑아 '함께 살기'를 결심한 것. 청송공고 서모(2년·군위)군 등 5명을 입주시켜 가스·전기·수도 등을 무료 제공하고 경찰관들이 개인 과외까지 해 주고 있다.

소년가장인 서군은 "처음에는 서먹서먹 했으나 이제는 경찰관님들이 친형님 같다"며 "지난 봄 자신이 했던 방황도 끝내고 참을성과 자제력도 많이 키웠다"고 자랑했다. 요즘은 방과 후 하루 3, 4시간씩 공부하면서 파출소 주변 청소도 돕는다는 것.

영양이 고향인 손모(17·2년)군은 "1급 장애인인 부모가 농사 지어 공부 뒷바라지 하시는 것만 생각하면 늘 마음이 무겁다가 방세 부담이나 탈선 걱정이 없는 이 공부방에 들어 온 뒤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이모(17·2년)군은 "경찰관님 7명이 매월 2만원씩 돈을 내 일주일에 한번씩 돼지고기 파티까지 열어 주신다"며 "보답하기 위해서도 오직 공부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상담역을 맡은 윤성수 순경은 "일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제학생이었으나 이제 모범학생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전자계산과를 졸업한 장무식(29) 순경은 과외 지도를 맡아 나섰으며, 김 소장은 휴경지에 채소를 재배해 밑반찬을 대는 일을 책임졌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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