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세대 개성 맞선

회사원 이모(31.여)씨는 최근 한 결혼정보회사에 연하의 남자를 소개해달라는 조건으로 회원이 됐다. 이씨는 "결혼 후 직장생활을 하는 데 연상의 남자보다 연하의 남자가 더 이해심이 많고 편할 것 같다"며 "연상의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기존 관념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맞선의 형식이 크게 바뀌고 남.여성의 연령대가 낮아지는 등 맞선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대학이나 고교를 갓 졸업한 여성은 물론 여대생들이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여겨질 정도. 특히 연상녀.연하남간 맞선이 급격히 많아졌다.

대구지역 ㄷ결혼정보회사엔 올들어 27세 이하 회원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폭증했다. 이 회사 커플매니저는 "지난 98년 30세를 웃돌던 전체 회원의 평균 연령이 지금은 27세로 줄었다"며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대구지역의 수치가 이 정도라면 전국적으로는 연령대가 더욱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0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초혼부부 중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10.7%를 차지했다. 결혼정보회사들은 연상녀.연하남을 원하는 회원들이 늘자 이들을 위한 이벤트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맞선의 형식과 장소도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딱딱한 정장이 대부분이던 종전과 달리 요즘엔 편한 캐주얼 차림으로 선을 보는가 하면 장소 역시 호텔 커피숍, 다방 등지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동성로의 호프집이나 놀이공원 등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대학원을 졸업한 최모(29.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씨는 최근 친척들의 권유로 대구시내 한 호텔 커피숍에 선을 보러 갔다 적잖게 놀랐다고 털어놨다. 맞선 상대자로 나온 아가씨가 청바지 등 캐주얼 차림을 한데다 다짜고짜 우방랜드로 자리를 옮길 것을 제의했던 것. 최씨는 "옷차림뿐 아니라 맞선 자리에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스스럼없이 대하는 아가씨의 태도에 처음에는 매우 당황했다"며 "그렇지만 종전처럼 서로 탐색(?)하고 딱딱하던 맞선 분위기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좋았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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